운전대를 잡은 사람 없이 시속 70㎞로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량이 눈앞에 펼쳐졌다. 뒷좌석에 앉은 승객만이 탑승 사실을 증명할 뿐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공공요금위원회(CPUC) 자료 기준 웨이모는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주에 1천955대의 자율주행차를 등록했다.
◇ 첫 차량 호출, 30분의 사투
한국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서비스였다.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허겁지겁 앱을 내려받았다. 흰색 도요타 프리우스 도착 알림이 화면에 떴지만, 주변 어디에도 해당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운전자가 보낸 메시지는 번역기를 돌린 듯한 어색한 한국어였다. 영어로 위치를 알려줬더니 차량이 공항 외곽을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결국 서로를 찾지 못한 채 첫 번째 호출은 무산됐다.
두 번째 시도에서야 문제의 원인이 드러났다. 차량 호출 전용 대기 구역이 출입구 바로 앞이 아닌 2층 횡단보도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는 20여 명의 승객과 여러 대의 차량이 뒤엉켜 있었다. 외국인 방문객이 처음부터 헤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전화 통화 끝에 겨우 차량에 올랐을 때, 공항 도착 후 30분이 흘러 있었다. 요금 청구서에는 62.22달러(약 9만4천원)가 찍혔다. 앱 하나로 간편하게 이동하리란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 노란 택시가 사라진 거리
숙소까지 이동하는 내내 도로 풍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한국 대도시라면 어디서든 마주칠 택시 표지판이 붙은 차량이 좀처럼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며칠간 머무는 동안 도로를 점령한 것은 우버와 리프트 같은 호출 서비스 차량, 그리고 운전석이 텅 빈 채 스스로 핸들을 조작하는 웨이모 자율주행차였다.
마운틴뷰 호텔 앞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투숙객 대부분이 앱 호출 차량이나 단체 버스로 이동했고, 손님을 기다리는 일반 택시는 단 한 대도 없었다. 호텔 직원은 "공항이나 도심 번화가가 아니면 택시 잡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랜 현지 거주 교민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는 "택시는 미터 요금제지만 우버와 리프트는 수요에 따라 가격이 출렁이는 동적 요금제를 적용한다"며 "요금이 감당이 안 돼서 대중교통을 갈아타며 이동한 적도 여러 번"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구글 I/O 행사장을 다녀온 뒤 숙소행 차량을 잡으려 할 때, 앱 화면 속 요금이 분 단위로 치솟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택시의 빈자리를 호출 서비스가 메웠지만, 저렴함이나 편리함이 항상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 운전자 없는 질주, 일상이 된 자율주행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던 고속도로에서 웨이모 차량 두 대가 연이어 스쳐 지나갔다. 두 차 모두 운전석은 비어 있었고, 뒷좌석 승객만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귀로만 접했던 완전 자율주행 택시가 현실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 도시에서 자율주행은 더 이상 실험 단계의 기술이 아니었다. 운전자와 마주하는 부담, 서비스 품질의 들쭉날쭉함을 피하고 싶어 일부러 웨이모를 택하는 승객도 있다는 후문이 들렸다.
◇ 미래와 아날로그의 기묘한 동거
그렇다고 모든 경험이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첫 우버 이용 시 비슷한 이름의 호텔을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엉뚱한 곳에 내렸다. 동행자가 보이지 않아 확인해보니 실제 숙소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었다. 추가 호출 비용 9.94달러(약 1만5천원)가 또 들었다.
결제 방식도 예상 밖의 난관이었다. 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해 자동 정산하는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현금 결제를 선택했다. 요금 45.94달러(약 6만9천원)에 100달러 지폐를 건넸지만 운전자에게 거스름돈이 없었다. 호텔 프런트에서도 잔돈 마련에 한참 걸렸고, 결국 50달러짜리를 그냥 건넨 뒤 잔액 수령을 포기했다. 앱 활동 기록에는 팁 없음으로만 표시됐다.
차량 내부 환경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진한 방향제 향이나 음식 냄새가 배어 있는 차도 있었다. 별점 평가 화면에서는 낮은 점수를 주려 했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아 결국 별 다섯 개를 모두 누르고 말았다.
◇ 미래 도시의 이중 얼굴
체류 기간 내내 운전자 없는 차량을 십수 차례 목격했다. 동시에 앱 조작 미숙, 픽업 지점 혼선, 현금 결제의 번거로움 같은 아날로그적 불편도 겪었다.
이 도시의 도로 위에서는 이미 사람의 손을 떠난 차량이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사람이 운전하는 호출 차량 한 대를 제대로 잡아타기까지 여러 번 헤맸다.
AI와 자율주행의 수도라 불리는 이곳의 교통은 예상보다 훨씬 미래적이었고, 동시에 생각보다 훨씬 불편했다. 노란 택시가 자취를 감춘 거리 위에서, 무인차는 이미 다음 시대의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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