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영 수원FC 위민 감독(오른쪽)은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내고향과 홈경기서 1-2로 패한 뒤 눈물을 쏟으면서 한국 여자축구를 향한 더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수원=스포츠동아 권재민 기자] “홈팀의 이점을 누리지 못해 속상했지만 앞으로도 여자축구를 향한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박길영 수원FC 위민 감독(46)은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내고향축구단(내고향·북한)과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4강 홈경기서 치열한 접전 끝에 1-2로 패한 뒤 눈물을 쏟았다. 패배에 대한 아쉬움 이상으로 공동응원단의 편향적 응원에 대한 서운함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날 수원FC 위민은 홈팀의 이점을 누리지 못했다. 내고향이 17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이래로 모든 관심과 응원이 그쪽으로 쏠렸다. “우리만 호텔을 쓰겠다”고 고집부린 내고향에게 숙소도 스포트라이트도 빼앗겼다. 국내 매체들 역시 경기 당일까지 수원FC 위민보단 공항, 숙소, 훈련장서 내고향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려있었다.
킥오프 이후 공동응원단도 수원FC의 편이 돼주질 않았다. 공동응원단은 1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남북협력기금 3억 원을 지원하며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위탁해 꾸린 단체다. 3000여 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이날 전체 관중(5538명)의 상당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남북화합을 위해 양팀을 모두 응원하겠다”던 당초 호언과 달리 이날 응원의 대부분이 내고향을 향했다. 심지어 후반 34분 수원FC 위민 주장 지소연이 페널티킥을 실축하자 함성까지 지르며 기뻐했다.
안방서 공동응원단의 응원과도 싸워야 했던 박 감독은 경기 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사실상 홈팀의 이점을 누리지 못한 경기다. 경기 내내 (공동응원단의 응원이) 속상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졌지만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이 경기 전 ‘우리가 여자축구의 발전과 관심 증대를 위해 이겨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승리를 거머쥐지 못해 너무 아쉽고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1-2로 뒤진 후반 34분 페널티킥(PK)을 실축한 지소연(35)을 향해 “PK 키커는 내가 지정했다. (지)소연이에게 고개 숙이지 말라고 말했다”던 박 감독은 이날 경기 후에도 한국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올 시즌 WK리그의 전체 평균 관중(340명)과 수원FC 위민의 홈경기 평균 관중(600여 명)은 이날 경기 관중에 비해 크게 적다.
박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의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미디어의 관심을 받기도 쉽지 않다. 오늘 이 자리 외엔 언론에 이같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을 것 같다”며 “이렇게 많은 관중, 많은 미디어 앞에서 경기를 하는 건 처음이다. 솔직히 경기를 앞두고 설레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오늘을 계기로 더 많은 팬분들이 여자축구에 관심을 갖고, 경기에도 찾아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얘기했다.
수원│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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