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국 행정부가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쿠바계 유권자 300만 명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포석과 함께 하바나 정권에 대한 경고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대통령 메시지를 통해 현 쿠바 집권세력이 독립 영웅들의 희생을 짓밟았다고 규탄했다. 공산주의 체제가 정치적 자유를 말살하고 경제를 나락으로 빠뜨렸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특히 "145km 거리에서 적성국 군대와 첩보조직, 테러세력을 비호하는 문제국가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송환 작전을 언급하며 "카리브해는 미국의 영역이며, 위협 세력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경고도 쿠바를 향해 던졌다.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루비오 국무장관은 5분짜리 스페인어 영상을 직접 녹화해 공개했다. 그는 쿠바 주민들이 하루 22시간 단전 상태로 버티는 현실이 미국 제재 탓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수십억 달러를 착복한 집권층이 국민 복지에는 한 푼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루비오 장관은 라울 카스트로 전 공산당 총서기가 30년 전 세운 군산복합 국영기업 가에사(GAESA)를 경제 파탄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쿠바 전체가 이 조직의 통제 아래 놓여 있다"고 그는 꼬집었다.
미국 정부는 약 1천500억 원 규모의 인도적 원조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루비오 장관은 밝혔다. 다만 가톨릭교회나 신뢰 가능한 민간단체를 경유해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가에사가 아닌 쿠바 국민과 새로운 관계를 맺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도 이 자리에서 재확인됐다.
경제활동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가 가능한 쿠바를 미래상으로 제시한 루비오 장관은 "양국 관계의 새 장을 열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메시지들은 쿠바 위기의 책임이 미국 제재보다 집권층에 있다는 논리를 부각하며 주민들에게 직접 변화를 호소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권과 국민을 분리해 우호적 손짓을 보내려는 전략적 계산도 깔려 있다. 미국 내 쿠바계 일부가 현 행정부의 대쿠바 정책이 미온적이라며 불만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이기도 하다.
한편 법무부는 같은 날 라울 카스트로 전 총서기에 대한 기소장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1996년 쿠바 망명단체 소속 항공기 격추를 지시한 혐의가 핵심이다. 여전히 막후 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를 사법 절차에 올려 하바나 지도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한층 높이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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