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벨라루스 끌어들여"…러 "우크라, 라트비아서 공격 준비"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수도를 겨냥해 대규모 공세를 감행한 뒤로 난타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라트비아가,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가 상대방의 공격을 돕고 있다고 서로 비난하고 있어 동유럽 전체로 전운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동부 드니프로 지역이 밤새 러시아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아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지역 당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 지역과 남동부 자포리자 지역에서도 어린이 3명을 포함해 13명이 부상했다. 전날에도 프릴루키, 하르키우 등 우크라이나 도시들이 공격을 받아 민간인 4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남부 스타브로폴 지역의 산업지대를 겨냥한 반격에 나섰다. 이 지역에는 대형 화학공장이 있다.
러시아 북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상공에서는 드론 2기가 격추됐다고 현지 당국은 밝혔다. 이 지역의 정유시설과 석유 수출항을 노린 공격으로 보인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수도권 인근 툴라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 드론이 포착됐다.
양측의 충돌은 양국 수도인 키이우와 모스크바를 겨냥해 서로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은 뒤 격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15일 러시아가 키이우 등에 이틀간 1천500대가 넘는 드론을 쏟아부으면서 27명이 숨졌다. 이틀 뒤에는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를 겨냥해 보복 공격하면서 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종전 협상 재개를 거듭 주장했던 우크라이나는 최근 장거리 드론으로 모스크바와 후방 석유시설을 상대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연일 모스크바에 드론을 날려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에서 500㎞ 이상 떨어져 있는 데다 방공망이 집중돼있어 공격받는 일이 드물다.
지난 달 29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1천500㎞ 떨어진 러시아 페름주 인근 석유 펌프장을 이틀 연속 드론으로 타격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석유 시설 집중 공격으로 러시아 중부 지역의 주요 정유시설이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축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이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변화가 나타났다"며 "6월 장거리 작전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상대방이 인접한 우방국을 통해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위기감은 더 고조되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전쟁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의 북쪽 국경과 맞닿아있다. 특히 수도 키이우와 직선거리는 약 100㎞ 안팎에 불과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북부 지역을 통해 전쟁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5개 시나리오를 파악했다"며 "북부 지역에 병력을 증원하고 벨라루스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썼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라트비아 영토 내 기지에 드론 부대를 배치, 러시아를 공격할 계획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의 서쪽 국경을 일부를 공유하는 라트비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러시아를 경계하는 발트 3국 중 하나다.
러시아는 전날 뉴욕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라트비아에 보복을 경고했다. 사니타 파블루타-데슬랑드 라트비아 주유엔 대사는 "근거가 전혀 없는 완전한 허구"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중동 사태로 중단된 평화 협상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8일 로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우 전쟁과 관련해 "중재 역할을 할 준비는 돼 있다"면서도 "노력이 진전되지 않는다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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