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19일(한국시간) EPL 번리전 도중 테크니컬 에어리어까지 나와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런던|AP뉴시스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 아스널의 아주 오랜 기다림에 마침표가 찍혔다.
아스널은 2위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20일(한국시간)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본머스와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 원정경기서 1-1 무승부에 그치며 우승을 조기에 확정지었다.
전날(19일) 번리를 1-0으로 꺾고 25승7무5패(승점 82)를 마크한 선두 아스널은 맨시티가 23승9무5패(승점 78)에 묶여 25일 크리스탈 팰리스와 최종 라운드(38라운드) 결과와 상관없이 타이틀을 차지했다.
아스널의 리그 우승은 아르센 웽거 감독 체제서 무패(26승12무)로 우승한 2003~2004시즌 이후 22년 만이다.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 통산 14번째 우승이자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이상 20회)에 이은 우승 기록 3위다.
맨시티 수석코치로 2016년 여름부터 2019년 12월까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보좌하다 2019년 12월 아스널 지휘봉을 잡은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노력이 큰 결실을 맺었다. 2019~2020시즌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을 우승한 그는 줄기차게 리그 타이틀에 도전했다.
쉽지 않았다. 2022~2023시즌과 2023~2024시즌엔 맨시티에 밀렸고, 지난 시즌엔 리버풀에게 주저앉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엔 달랐다. 리그 선두를 유지하다 라이벌에 패한 뒤 줄곧 주저앉았던 아스널이지만 180도 바뀌었다.
부임 후 꾸준히 공들인 끈끈한 수비와 세트피스를 통한 화력도 빛났으나 가장 인상적인 건 선수단 내부의 응집력이었다. 지난달 말 선두를 달리다 맨시티에 1-2로 패하고, 다음 라운드에서 골득실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으나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맨시티전 패배 후 베테랑 미드필더 데클란 라이스가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고 동료들에게 외친 모습은 ‘바뀐’ 아스널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오히려 고비에서 무너진 것은 맨시티였다. 이겨야 할 경기를 번번이 놓친 반면 아스널은 악전고투 속에서 웨스트햄, 번리전을 1-0 승리로 장식해 정상에 다가갔다.
아르테타 감독의 동기부여도 대단했다. 그는 런던 콜니의 클럽하우스에 검은색 실루엣으로 가려진 EPL 트로피를 설치했다. 실루엣은 아스널의 기다림을 상징했다. 아스널 선수들은 매일 훈련을 위해 이곳을 지나쳤으나 불이 점등된 적은 없었다. 비로소 챔피언이 되면서 밝게 빛나는 트로피 문양을 거너스 전사들은 보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르테타 감독은 2021년 리버풀 원정에 앞서 진행된 훈련 도중 상대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응원곡인 ‘You’ll Never Walk Alone‘을 대형 스피커로 틀어놓았다. 선수들의 전투력을 극대화하려는 취지였다.
또 아르테타 감독은 소매치기를 고용해 선수들이 항상 주변을 경계하고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가르쳤고 선수들의 등급을 나눈 ‘티어 시스템’을 폐지했다. 과거 아스널에선 모든 선수들이 팀 내 지위에 따라 내부 등급을 3가지로 구분했는데, 아르테타 감독은 이번 시즌 이를 없애고 모든 선수들의 무한 경쟁을 유도했다.
선수들의 단합을 위해 아르테타 감독은 외부 활동도 장려했다. 이에 주장 마틴 외데고르는 절친한 동료인 레안드로 트로사르와 카이 하베르츠, 벤 화이트 등을 골프장에 데려갔고 클럽하우스의 사우나에서 서로의 알몸을 바라보며 열띤 토론을 했다. 또 원정 숙소에선 보드게임으로 토너먼트 대회를 개최해 긴장을 풀어줬다.
아스널이 2억5000만 파운드(약 5000억 원)를 투자해 데려온 특급 자원 8명 중 한 명인 에베레치 에제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킥오프 전 작은 기도 모임을 갖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여기에 동참할 수 있다. 그 외에 아르테타 감독은 150년 된 미니어처 올리브 나무를 가져다놨고, 팀 사기를 높이려고 마스코트 개 윈(WIN)을 입양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스널은 EPL 우승에 만족하지 않는다. 3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푸스카스 아레나서 열릴 파리 생제르맹(프랑스)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파이널이다. 아스널은 한 번도 UCL 트로피를 수확한 적이 없다.
마침 EPL을 조기 우승하며 다가올 주말 최종전을 전력투구할 이유가 사라졌다. 쉼없이 달려온 주축들에게는 휴식을 부여하고 그간 기회를 잡지 못한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음을 너무 놓아선 안 된다. 선수들이 자칫 흐트러질 것을 경계한 아르테타 감독은 또 다른 동기부여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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