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버려지던 폐자원이 석유화학 원료를 대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화솔루션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바이오디젤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폐글리세롤을 활용해 플라스틱과 섬유용 친환경 원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 기술을 확보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폐글리세롤을 고부가가치 소재인 1,3-프로판디올(1,3-PDO)로 전환하는 데 있다. 1,3-PDO는 플라스틱과 섬유 소재 생산에 활용될 수 있는 화학 원료로, 기존 석유 기반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 기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KAIST-한화솔루션 미래기술연구소는 폐자원을 효율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고효율 미생물 개발과 발효 공정 최적화에 집중했다. 단순히 실험실 수준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적용을 염두에 둔 생산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디지털 설계 기술’을 적용해 미생물의 생산 효율을 높였다. 여기에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원료를 생산하는 ‘무항생제 공정’을 도입해 생산 비용을 낮추고, 향후 환경 규제에 따른 리스크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대형 공장 설비에 적용하기 전 단계인 300L 규모 파일럿 공정에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바이오 기반 화학소재 생산 기술이 연구실 규모를 넘어 산업 현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이번 성과는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가격 변동성과 공급 불안정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중동 전쟁 등 국제 정세 불안으로 나프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 원료 생산 기술은 자원 공급 안정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한화솔루션 김정대 연구소장은 “바이오 기반 원료를 활용해 기존 석유화학 공정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향후 지속가능한 화학소재를 생산하고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생물 기반의 화학물질 생산이 실험실을 넘어 실제 산업 규모로 충분히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앞으로 다양한 화학소재를 더욱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동 연구는 폐자원 활용, 바이오 공정, 석유화학 대체 기술이 맞물린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나프타 중심으로 움직여온 화학소재 산업이 폐글리세롤 같은 바이오 기반 원료를 활용해 새로운 생산 구조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과 KAIST의 성과는 친환경 화학소재 시장 확대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폐자원을 원료로 쓰고, 미생물 기반 발효 공정을 통해 1,3-PDO를 생산하는 방식은 탄소 배출 저감과 자원 순환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300L 파일럿 공정에서 생산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상업화와 산업 적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