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이렇게나 설레고, 고통스러운지 몰랐을 겁니다. 그 시작점에서는요. 자신을 투영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그 첫 번째 인물은 패션 브랜드 ‘하우스 네이버 다이’를 이끄는 안준용 디자이너입니다.
스타일링, 비주얼 디렉팅, 브랜드 디자인까지. 패션 산업 안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패션을 처음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전 촌 사람이에요, 시골 촌 사람.
정말요? 해외, 그중에서도 유명 대도시에 자랐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강원도 깊숙한 동네에서 나고 자랐어요. 얼마나 시골이었냐면 아디다스 매장 말고는 여타 패션 브랜드를 접할 기회조차 없던 동네였죠. 그때 전 단순히 좀 꾸미는 걸 좋아했어요. ‘옷을 어떻게 입는 것이 좋다’, ‘헤어 스타일은 이렇게 해보자’ 정도였죠. 대학 전공을 패션 디자인으로 진학하게 되면서 ‘패션’이라는 걸 제대로 흡수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처음 어떤 것이 저를 패션에 관심 갖게끔 만들었냐고 하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제가 가진 성향이 지금까지 오게 한 것 같아요.
학교는 어땠어요?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과 배우는 기회였으니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불만이 더 많았어요. 시골에서 악착같이 노력해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왔는데, 커리큘럼대로만 하기엔 제 욕심이 많았죠. 다른 동기들이 졸업할 때까지 5벌 정도의 옷을 만드는데, 전 100벌 넘게 만들어서 제 쇼를 따로 할 정도였어요. 누구보다 좋은 실력으로 빨리 졸업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실제로 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취업을 바로 했고요.
졸업하고 시작한 일은 뭐였어요?
DPR 크루에 합류해서 스타일리스트로 시작했어요. 경력이라는 걸 쌓을 겨를도 없이 바로 덤벼들었어요. 원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는데, 그 꿈은 조금 나중으로 뒀죠. 그간의 경력이 발판이 되어 지금 이 브랜드까지 하게 됐고요.
그렇게 시작한 ‘하우스 네버 다이’는 어떤 브랜드예요?
아직 ‘하우스 네버 다이는 어떤 브랜드이다’ 싶은 명확한 건 없어요. 1년 밖에 안되기도 했고, 제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거든요.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을 땐 어떤 디자인을 해야겠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었는데, 그간 여러 일을 하면서 좀 달라졌어요. 비주얼 디렉팅이나 스타일링은 때마다 컨셉이나 원하는 방향이 다르다 보니, 다양한 걸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이런 경험이 자연스레 브랜드 운영에도 반영됐고요. 좋은 의미로는 다양한 색깔을 경험하고 만질 수 있게 된 거죠.
꿈을 미뤘지만, 그간의 시간을 통해 결국 지금의 ‘하우스 네버 다이’를 만드는 어떤 태도를 배운 셈이네요.
네. 물론 장단점이 다 있어요. 단점은 어떤 한 방향으로 가려고 하다가도 자꾸 다른 걸 섞고 싶어져요. 분명한 건 여러 아시아 문화와 서양 문화를 결합한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는 것. 그 안에서 아시아 문화를 좀 더 잘 보여주고 싶어요. 저는 가짜를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어떤 걸 카피한다던지, 경험한 적 없는 문화를 표방한다던지 하는 것들이요. 게속 제가 가진 것 중에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해요.
그럼 브랜드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오리지널리티?
네, 아무래도 브랜드만의 독창적을 갖는 거죠. 그게 1순위인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즐겁게 일하자’라는 마음이요. 처음 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부터 최근까지 정말 쉬는 시간이 없었어요. 쫓기듯 압박을 받았죠. 다른 디자이너들과 이야기해보니 다들 비슷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여기에서 오는 압박감을 조금 탈피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서 이 시스템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갈 수 있을까, 생각해요.
그럼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언제가 제일 재미있어요?
아무래도 팀원들이 스타일리스트를 베이스로 한 경우가 많다 보니, 샘플 단계에서 옷을 만드는 동시에 핏을 체크하고 스타일링을 만들어요.
가봉 상태에서요?
네, 저희 브랜드는 가봉을 실제 제작 원단으로 하거든요. 그 단계에서 스타일링 하듯 이것저것 얹어보면서 나오는 에너지들이 있어요. 되게 재미있는. 저희 팀만의 개성인 거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시너지가 맞을 때만큼 즐거운 순간도 없죠.
브레인 스토밍하면서 뭔가 “빡!”하고 나올 때의 쾌감은 말이 안되죠.(웃음)
이번 2026 가을-겨울 컬렉션의 룩북도 그런 시너지 속에 만들어졌을 것 같아요.
네, 우리의 일상 그 자체이고 약간의 날 것, 그 무언가를 담았어요.
어떻게 처음 구상했어요?
거창하게 어떤 캠페인을 만들기 보다는 ‘지금 나와 내 친구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담아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우리가 지금 일하고 노는 이 동네, 이태원과 한남을 담아보면 재미있겠다 싶었죠.
그 호방함이 ‘하우스 네버 다이’와 잘 맞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그 거친 느낌. 브랜드 이름에서 ‘하우스’가 가진 의미가 좀 특별한데요. 나 자신인 동시에 이 팀을 의미하거든요. 집처럼 소중한 우리 팀이 무너지지 않고, 죽지 않고, 계속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라는 사람도요.
무너지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세운 목표가 있어요?
항상 이야기하는 한 가지가 있어요. 사람들이 K-패션을 이야기할 때, ‘하우스 네버 다이’를 떠올리기 바라요. 여러 브랜드 중에 우리가 있다는 걸 알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지점 중 하나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요.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이 문화적으로 협력해서 이 안에서 아시안 파워가 생기길 바라요.
이런 관심이 디자인으로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구름의 형태를 띤 디테일이나 오방색을 재해석한 룩들에서요.
맞아요. 첫 컬렉션부터 아시아의 구름 형태를 시그니처 요소로 삼았어요. 어렸을 때 민화를 취미로 그렸거든요. 처음 디자인할 때는 한국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동아시아 문화를 배울수록 일본의 구름과 중국의 구름이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더 공부하면 동양적인 문화를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그 접점을 통해 서로가 사랑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바라고요.
구름에서 사랑으로 나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그렇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