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청소년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 필요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성암아트홀에서 열린 미디어 세션에서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현 교수가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한국MSD 주최로 '남녀 모두를 위한 HPV 국가필수예방접종'을 주제로 진행됐다.
여성 질환으로만 인식되어 온 HPV 감염이 실제로는 남성에게도 발생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전체 암 발생 원인 가운데 약 5%가 이 바이러스와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감염 신고 현황을 보면 상승세가 뚜렷하다. 2020년 1만945건이던 전체 신고 건수가 2024년에는 1만4천534건으로 늘었고, 특히 남성 사례는 117건에서 214건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김 교수는 이 바이러스의 특성을 '조용한 침입자'로 표현했다. 감염 즉시 암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체내에 잠복해 있다가 10년에서 20년 후 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위험군 바이러스는 암의 직접적 원인이 되며, 저위험군은 사마귀 등 피부 질환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그는 HPV 백신을 자동차 에어백에 빗대며 "인류 최초의 항암 백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만큼 성 경험 이전에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며 여성 중심으로 접종이 이뤄져 왔다. 2011년생 남성의 2024년 기준 접종률이 0.2%에 불과한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움직였다. 이달부터 2014년 출생 12세 남성 청소년도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남성에게도 질환 예방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이다.
접종 시기와 관련해 김 교수는 11세에서 12세가 권장 연령이라고 밝혔다. 14세 이전 두 차례 접종만으로도 성인기 세 차례 접종과 동등한 면역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신 종류에 따른 예방 범위 차이도 언급됐다. 무료 지원 대상인 4가 백신은 관련 암의 70%를 차단하는 반면, 방어 가능한 바이러스 유형이 더 많은 9가 백신은 90%까지 예방율을 높인다.
한국MSD 조재용 전무는 "남녀 공통으로 감염되는 바이러스임에도 남성 접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했다"며 "남성 청소년들도 자연스럽게 백신을 맞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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