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당일 해외에 있던 남성이 음주운전 전과를 받았다가 9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범행 당일 한국에 있지도 않았던 피고인이 음주운전 전과자가 된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무려 9년 만에 재심을 통해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 8월 6일 오전 8시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경남 거창군에 위치한 도로에서부터 대전통영간고속도로 대전 방면 134.2km 지점에 이르기까지 약 10km 구간을 스포티지 승용차로 운전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55%로 명백한 음주운전 상태였다. 이 사건으로 A씨는 같은 해 11월 24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으로부터 약식명령(정식 재판 없이 서면으로 벌금 등을 내리는 절차)을 받으며 범죄 사실이 확정됐다.
단 한 장의 출입국 기록이 뒤집은 판결
하지만 이 판결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숨어 있었다. A씨는 애초에 한국에서 운전대를 잡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흘러 2025년, A씨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며 단 하나의 결정적 증거를 법정에 제출했다. 바로 출입국사실증명 문서였다.
해당 증명서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5월 7일경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리고 한국 땅을 다시 밟은 것은 2022년 11월 3일경이었다.
즉, 경찰이 음주운전을 적발하고 검찰이 기소했던 2017년 8월 당시, A씨는 한국에 있지도 않았다. 유령이 운전을 하지 않고서야 성립할 수 없는 공소사실이었던 셈이다.
법원 "한국에 있지도 않았다" 무죄 확정… 9년 만에 찾은 명예
사건을 다시 심리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남신향 판사는 지난 3월 11일, A씨에게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일시에는 한국에 있지도 않았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또한, 억울한 누명을 쓴 피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 형사소송법 제440조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명했다.
조서부터 채혈 동의서까지 내 이름으로
이 사건의 재심 기록에 첨부된 과거 증거목록을 살펴보면 촌극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과거 경찰 수사 당시 작성된 주취운전정황진술서, 피의자신문조서, 심지어 채혈동의서까지 모두 A씨의 이름으로 꾸며져 있었다.
누군가 적발 당시 A씨를 사칭해 경찰 조사를 받았거나, 수사기관의 신원 확인 절차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칫 평생 억울한 전과자 꼬리표를 달고 살 뻔했던 한 남성이, 출입국 기록과 뒤늦은 재심 제도를 통해 9년 만에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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