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손질 필요” 공감대…‘원칙적 금지’엔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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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손질 필요” 공감대…‘원칙적 금지’엔 의견 분분

이데일리 2026-05-20 15:03:42 신고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제도개선 논의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당국의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방향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중복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일반주주 권익 훼손의 원인으로 작용해온 만큼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자칫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과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 세미나’에서는 학계·기관투자자·기업금융(IB)·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중복상장 규제 방향과 주주동의 절차 도입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세미나는 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한 학계와 업계 관계자 제언 청취를 위해 마련됐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에서 업계 및 학계 관계자들이 패널토론을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김경순 대신증권 IPO 본부장, 임흥택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 윤승영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남길남 자본연 선임연구위원, 임신권 IMM PE CLO, 고강녕 키움인베스트먼트 본부장,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남궁주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신하연 기자)


◇“중복상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vs “투자 위축 우려”

기관투자자 측에서는 대기업 집단 중심의 중복상장 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일반주주 가치 훼손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SK·LG 계열 사례 등을 언급하며 “중복상장 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며 “대기업 집단의 광범위한 중복상장으로 인한 디스카운트가 해결되지 않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신규 중복상장에 대해서는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회사 기업공개(IPO)가 지배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 지배력을 유지·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것이다. 그는 “사업 성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주주가치 보호는 양립 불가능한 개념이 아니다”라며 인적분할이나 자회사 지분 현물배당 등 대안을 제시했다.

반면 IB·PE 업계에서는 중복상장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기업 투자와 IPO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국내 자본시장에서 IPO가 사실상 벤처·신사업 투자 회수의 핵심 경로로 기능하고 있는 만큼 규제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신규 투자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경순 대신증권 IPO본부장은 “중복상장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기업의 신규 산업 투자 의지나 창업 의지가 약화될 수 있다”며 “주주동의는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되 거래소가 상장 필요성과 지배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모펀드(PE) 업계 역시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임신권 IMM PE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은 국내 현실상 사실상 금지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 경우 바람직한 투자 자체가 원천적으로 막히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학계선 “사안별 차등 규율 필요”

법조계에서는 중복상장 금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법체계 정합성과 기업 자율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원칙적 금지와 획일적 금지는 구별돼야 한다”며 “모든 중복상장을 동일하게 취급하기보다 예외를 어떻게 인정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일반주주 가치 희석을 최소화하고 상장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라며 “일률적 찬반보다 거래소의 엄격한 상장 심사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일률적 금지’보다는 사안별 차등 규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남궁주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일반주주에게 불이익을 주는 중복상장과 실질적으로 기업가치·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중복상장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일률적 금지보다 원칙적 자제와 예외적 허용, 사안별 차등 규율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도 “한국은 중복상장 자체보다 계열회사를 분리해 계층 상장하는 구조가 더 문제”라며 “미국처럼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라면 일반주주 보호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제를 맡은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복상장 과정에서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자회사 상장 시 주주동의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사회 의무 중심 △부분적 주주동의 의무화 △전면적 주주동의 의무화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또 주주동의 방식으로는 특별결의와 3%룰 적용, 비지배주주 다수결(MoM·Majority of Minority) 등을 소개했다.

금융당국은 올 7월 시행을 목표로 ‘중복상장 원칙 금지, 일부 예외 허용’을 골자로 한 세부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기조를 재확인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중복상장 문제는 단순한 거래 구조 규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신뢰의 문제”라며 “중복상장을 원칙 금지·예외 인정 기조로 접근하는 것이 자본시장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 하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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