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마지막 협상에서도 끝내 합의에 실패하면서 삼성전자가 창사 이후 최대 규모 총파업 국면에 들어가게 됐다.
노조는 “중노위 조정안을 수용했지만 사측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회사 책임론을 제기했고 사측은 내부 검토가 필요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예정대로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 총파업 대상은 반도체(DS)와 모바일·가전(DX) 부문을 포함한 전 사업부 조합원이다.
▲ “노조는 동의”…막판 협상 끝내 불발
이번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제도 개편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특히 AI 반도체와 HBM 개발 과정에서 고강도 업무가 이어졌음에도 보상 체계가 불투명하다는 내부 불만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는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면서 추가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성과급 상한 폐지와 고정 비율 지급 요구에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지난 11~12일 중앙노동위원회 2차 사후조정에 들어갔고 협상은 밤샘 논의 끝에 약 17시간 넘게 이어졌다. 당시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협상은 극적으로 연장됐다.
지난 19일 밤에는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두고 노사가 최종 판단에 들어갔다. 노조는 해당 조정안에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사측은 즉각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20일 입장문에서 “노동조합은 19일 밤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으나 사측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중노위가 조정 불성립을 선언하기 직전 사측 대표교섭위원이 거부 의사를 철회하고 시간을 요청해 협상이 3일차까지 이어졌다”며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도 사측은 ‘의사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총파업 강행 방침을 밝히면서도 협상 여지는 남겨뒀다. 최 위원장은 “파업 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AI 반도체 경쟁 속 커진 경영 부담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임금 갈등을 넘어 삼성 내부 보상 체계와 조직 문화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HBM 개발 조직 보상 논란과 성과급 형평성 문제 등이 이어지며 직원 불만이 누적돼왔다는 평가다.
AI 반도체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장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차질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일정과 고객 대응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 경쟁력 회복과 첨단 패키징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실제 생산라인이 대규모로 멈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있다. 법원이 최근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상당 부분 인용하면서 안전·생산 유지 인력은 정상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계는 이번 총파업이 삼성의 글로벌 경영 안정성과 투자 심리에 적지 않은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외 고객사와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 노사 갈등 장기화 자체를 리스크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단순 임금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 성과 보상 체계를 둘러싼 충돌 성격이 강하다”며 “삼성이 어떤 방식으로 내부 신뢰 회복에 나설지가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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