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를 맞는 오는 23일 예정됐던 고인 비하 힙합 공연이 취소됐다. 래퍼 리치 이기를 비롯해 해당 공연을 계획하거나 출연이 예정됐던 래퍼들은 사과했다.
래퍼 리치 이기 뮤직비디오 캡쳐. / 유튜브 'Rich Iggy'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하 노무현재단)은 티켓 가격이 서거일을 연상시키는 5만 2300원으로 책정되는 등 노 전 대통령을 모욕하려는 기획으로 확인된 해당 혐오 공연이 재단의 대응으로 취소됐다고 19일 밝혔다.
공연은 래퍼 리치 이기가 23일 서울 마포구의 연남스페이스에서 개최하는 첫 번째 콘서트였다. 리치 이기 외에도 유명 래퍼 더콰이엇, 팔로알토, 딥플로우, 염따, 노엘 등이 출연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노무현재단 측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전날 주최사에 공연의 즉각 취소와 서면 해명,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또한 노무현재단은 "리치 이기는 그간 다수의 음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실명을 사용하거나 서거 방식을 직접 연상케 하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며 "법정 대리인을 선임하고 주최사가 취소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연 금지 가처분을 즉각 신청할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공연은 노무현재단 측으로부터 사실을 전달받은 연남스페이스 측이 대관 불가를 결정하며 최종 무산됐다. 노무현재단은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고 역사의 아픔을 모욕하려는 모든 시도에 앞으로도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리치 이기가 SNS를 통해 공개한 자필 사과문. / 리치 이기 인스타그램
리치 이기는 같은 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오늘 노무현 시민센터를 방문해 사과문을 전달드렸다"면서 "저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깊이 반성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이번 일은 참여 아티스트 분들과 무관한 저 개인의 독단적인 선택"이라고도 해명했다.
그가 게재한 자필 사과문에서는 "데뷔 초부터 최근까지 저의 음악과 가사를 통해 고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대중과 유가족분들이 보시기에 눈살이 찌푸려질만한 언행을 단지 유명세를 위해 일삼아왔다"면서 "저로 인해 많은 어린 친구들과 대중이 영향을 받았음에 저 또한 저의 행실과 부주의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철이 없고 그저 재미로 했다는 말은 변명과도 같다고 생각하며, 저의 사회적 책임을 배제한 부주의한 판단과 행보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통해 저 또한 이 모든 이들에 대한 죄송함을 느끼며 저 자신으로서도 많은 생각과 반성을 느끼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절대 고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또는 이름을 희화화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언급을 하지 않겠음을 약속드린다"면서 "제가 했던 모든 언행에 대해 반성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모든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용서를 위해서도, 저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도 앞으로의 행실을 통해 보여드리겠다"고도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재단 측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유가족들께도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전한다. 깊이 반성하겠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팔로알토도 SNS를 통해 "저의 부족한 인식과 무지로 인해 불편함과 실망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음악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저는 고인을 조롱하거나 혐오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가사와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그것을 옹호하거나 지지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악적 교류의 의미로 그의 작업에 참여하고 방송에 초대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표현의 문제성과 그것이 누군가에게 어떤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판단이 부족했다"고 고개 숙였다.
딥플로우 역시 "그 숫자의 의미를 전혀 몰라서 포스터를 봐도 연관 짓지 못했다. DM(다이렉트 메세지)으로 하도 욕이 와서 자초지종을 늦게 파악했는데 나도 상식선에서 몹시 화가 나고 황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몰랐더라도 프로로서 또 업계의 고참으로서 내 나이브함에 책임을 크게 느낀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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