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승인은 단순히 리제네론(Regeneron)이라는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유전성 난청 치료제 시장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와 손잡고 차세대 리보핵산(RNA) 편집 기술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바이오텍 알지노믹스(476830)에게 이번 사태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바이오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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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계 최초 유전자치료제 승인...K바이오 영향은
FDA는 지난달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오타르메니(Otarmeni)를 유전성 난청 유전자치료제로 허가했다. 속도가 주목된다.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BLA) 제출 이후 단 61일 만에 승인이 이뤄졌다. 이는 FDA 역사상 최단 기간 수준으로 유전자치료제가 가진 혁신성과 치료의 시급성을 당국이 전폭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오타르메니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를 벡터(운반체)로 사용해 정상 OTOF 유전자를 달팽이관 내로 전달한다. 임상에서 유효성 평가가 가능했던 소아 환자 20명 중 16명(80%)이 유의미한 청력 개선을 보였다. OTOF 관련 난청은 자연 회복이 절대 불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파격적이라고 평가된다.
리제네론은 이번 승인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최혜국(MFN) 약가 인하 정책에 동참하기로 했다. 화이자, 노바티스 등 17개 대형 제약사가 모두 합의를 마친 이 정책은 미국 브랜드 의약품 시장의 86%를 포괄한다. 리제네론은 적격 환자 무상 공급과 함께 50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미국 내 연구개발(R&D)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유전자치료제가 단순한 고가 약의 프레임을 벗어나 국가 보건 시스템 안에서 주력 치료법으로 안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강력한 이정표가 된다.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규제 문턱이 낮아지고 있으며 시장성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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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노믹스에 악재?..."시장은 오히려 커지는 중"
일각에서는 리제네론이 먼저 깃발을 꽂은 것에 대해 알지노믹스가 속도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유전자 치료제 전문가들은 정반대로 분석한다.
난청 유발 유전자는 150개가 넘으며 오타르메니가 겨냥한 OTOF 변이는 전체의 10% 미만에 불과하다. 알지노믹스가 릴리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첫 번째 타깃 유전자는 OTOF가 아닌 다른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즉 선두 주자가 시장의 문을 열어준 덕분에 알지노믹스는 입증된 시장에 더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이한 셈이다.
알지노믹스의 진짜 무기로 독자 플랫폼인 '트랜스-스플라이싱 라이보자임(TSR)'이 꼽힌다. 기존 AAV 방식이 유전자 자체를 통째로 갈아 끼우는 대체라면 TSR은 RNA 단계에서 변이만 골라 고치는 교정으로 여겨진다.
가장 큰 차별점으로 반복 투여가 꼽힌다. 바이러스 벡터를 쓰는 AAV는 항체 형성 문제로 단 1회 투여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TSR 기술은 필요에 따라 여러 번 투여할 수 있어 장기 치료 효과를 유지하는 데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일라이릴리는 이미 AAV 기반의 유전자치료제 개발사 아쿠오스를 인수했음에도 알지노믹스와 최대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플랫폼 계약을 맺었다. 이는 일라이릴리가 AAV의 한계를 RNA 편집 기술로 보완하겠다는 명확한 전략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알지노믹스는 올해 초 일라이릴리로부터 별도의 연구비를 수령했다. 알지노믹스는 연내 후보물질 도출을 완료해 릴리에 넘기고 추가 마일스톤(기술료)을 수령하는 것을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 선두 주자의 승인은 일라이릴리에게도 난청 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줘 알지노믹스와 협업 속도를 더욱 높이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알지노믹스는 일라이릴리와의 계약을 핵심 동력으로 삼아 지난해 코스닥 상장 이후 주가가 최고 19만원대를 기록하는 등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번 리제네론의 FDA 승인은 알지노믹스에게 위기가 아닌 확실한 검증의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전성 난청 유전자치료제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고 알지노믹스의 RNA 교정 기술이 가진 차별적 우위가 더욱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알지노믹스 관계자는 "다양한 원인 유전자가 존재하는 유전성 난청의 경우 선도 품목 허가가 시장 선점권을 장악했다기 보다는 시장성 입증을 통해 후속 품목 개발에 탄력을 주는 개념"이라며 "릴리가 알지노믹스가 아닌 다른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기술도입하며 관련 역량을 강화한 것 역시 양사 파트너십 성과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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