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어느 곳이든 날아가는 슈퍼 쇼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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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어느 곳이든 날아가는 슈퍼 쇼퍼들

바자 2026-05-20 07:00:00 신고


HAUTE PURSUIT


야간 비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리세일 알림을 켜두고, 구매대행 서비스를 활용하고, 비밀스러운 왓츠앱 방에서 정보를 주고받는다. 쇼핑을 마치 올림픽 종목처럼 접근하며 사냥하듯 짜릿한 쾌감을 즐기는 이들. 슈퍼 쇼퍼의 세계에 대하여.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대표곡 ‘Seven Nation Army’는 비앙카 제비아(Bianca Jebbia)에게 프루스트적인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녀는 뉴욕 머서 스트리트에 위치한 마르니 부티크에 처음 들어섰던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벌써 20년도 훌쩍 지난 일이다. 미래적인 패션 갤러리 같았던 그곳에는 옷들이 공중에 매달려 있었고, 2003년 무렵 거의 모든 곳에서 그랬듯 스피커에서는 잭 화이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에게 그 순간은 거의 우주적인 확신처럼 즉각적이고 강렬하게 각인됐다. “이게 내가 나중에 되고 싶은 모습이구나.” 여기서 말하는 모습이란 마르니를 입는 여성이 아니라 마르니의 2003년 봄 컬렉션을 입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짝사랑에 가까웠다. 당시 그녀는 20대의 세일즈 직원에 불과했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판매하는 사람이었지, 소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지금의 제비아는 샤넬 컬렉터이자 스키아파렐리, 끌로에, 준야 와타나베 쇼의 프런트 로를 차지하는 인물로 패션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아이템들을 끊임없이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놓쳐버린 것들’에 대해 얘기할 때면, 마치 인생을 바꿔 놓은 연인을 회상하듯 아련한 표정을 짓는다. 마르니뿐만이 아니다. 그녀에게는 언더커버의 각진 무릎이 도드라진 가죽 팬츠를 구해주는 남자도 있다. 또 퍼스트딥스(1stDibs, 빈티지 패션과 보석 등을 판매하는 하이엔드 온라인 몰)에서는 2014년 샤넬 메티에르 컬렉션의 레더호젠(lederhosen, 독일 남성 전통의복)을 찾아내기도 했다. 그녀는 “집에서 레더호젠을 입고 커피 한잔 하는 것도 좋잖아요?”라고 되물었다. 그녀를 ‘슈퍼 쇼퍼’로 불러도 좋다. 이들은 새것이든 오래된 것이든 아이템을 찾아내는 데 있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집요하다. 이들에게 쇼핑은 올림픽에 가깝다. 추적의 과정이 정교하고 많은 시간을 요할수록, 또 극소수만 아는 영역일수록 슈퍼 쇼퍼들은 오히려 더 열광한다. 원하는 아이템이 이미 품절됐다고? 슈퍼 쇼퍼에게 포기란 없다. 지구상에 단 하나뿐이고, 사나운 개들이 지키고 있는 시베리아 어딘가의 창고라 해도 그들은 기어이 방법을 찾아낸다.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궁극의 아이템이 될 수는 없을 테니.

매장에 들어가 카드로 결제하는 단순한 쇼핑 방식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방식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이들에게 쇼핑이란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숨겨진 통로, 은밀한 연결로 가득한 여정이다. 정교한 키워드를 사용한 구글 이미지 검색, 이베이 알림, 더 리얼리얼의 워치 리스트, 메타 기반 리세일 그룹, 경매까지 모든 것이 동원된다. 업계 사람들만 아는 세일즈 어소시에이트(Sales Associate, 담당 셀러, 이하 SA)들과는 밤낮없이 왓츠앱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좋아하는 쇼핑 뉴스레터의 채팅방에서 얻은 정보 하나가 검색해도 이름조차 잘 모르는 생소한 웹사이트로 당신을 이끌었다면 당신은 이미 슈퍼 쇼퍼일지도 모른다(예를 들어 일본 쇼핑을 대신해주는 구매대행 서비스 buyee.jp 같은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구매 버튼을 누른다. 이미 손에 닿을 듯한 거리까지 왔는데 멈출 이유가 있을까.

또 다른 징후가 있다. 최근 손에 넣은 아이템을 친구들에게 들려주며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이 자체가 또 하나의 훈장이 되었을 때 상황 말이다. 슈퍼 쇼퍼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그 옷이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손에 넣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느냐다.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세상에,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찾는 거예요?”

패션 작가이자 인기 뉴스레터 〈Shop Rat〉의 창립자 에밀리아 페트라카(Emilia Petrarca)는 이렇게 말한다. “제 대답은 항상 같아요. 미쳐 있어야 해요. 누구보다 일찍 움직이고, 가장 먼저 도착하고, 그래야 결국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있죠. 완전히 집요해야 해요.”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던 평일 아침, 페트라카는 아직 커피를 다 마시기도 전이었지만, 받은 편지함 속의 모든 쇼핑 링크를 이미 훑어보고 런던에서 공수해 올까 고민하던 세실리 텔레의 그린 니트 판초에 붙는 관세까지 직접 검색한 상태였다. 진정한 슈퍼 쇼퍼에게 시간과 거리는 더 이상 제약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베이커스필드에서 가족을 만나고 있던 캐나다 사진가 토미 톤(Tommy Ton)은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로 있던 시절의 희귀한 피스들을 특별 판매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자마자 곧바로 모든 일정을 접고 뉴욕으로 향했다. 그는 버스를 두 시간가량 타고 심야 비행기에 올라 오전 7시에 도착했고 10시 30분이 채 되기도 전, 발렌시아가 2010 F/W 시즌의 힐 세 켤레를 손에 넣었다. 신발을 챙겨 되돌아간 톤은 다음 날 집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은 완전히 충격 받았죠.” 패션 전문가로 불리는 갭 월러(Gab Waller) 역시 원하는 물건을 확보하는 것만큼 찾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긴다.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호주 출신인 그녀는 인플루언서 마리아나 휴잇(Marianna Hewitt), 모델 소피아 리치 그레인지(Sofia Richie Grainge)와 같은 그녀의 고객들 사이에서 샤넬 25 백이나 오버사이즈 버클이 달린 셀린느의 신상 벨트처럼 다른 사람들이 결코 찾아내지 못하는 아이템을 구하는 마술 같은 재능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내가 직접 찾아냈을 때 더 큰 보람을 느껴요. 손님들이 직접 샀을 때가 아니라요.” 윌러가 말하는 ‘새로움’이란 여기에 있다. 이제는 내부자들만이 이 수고로운 여정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 소비자들 역시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는 데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셜미디어에서 찬양을 받던 과도한 소비 문화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단 하나의 탐나는 아이템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는 일 역시 분명한 소비의 한 형태이지만 훨씬 절제되고 매우 구체적이다. ‘하울(제품을 구매하고 개봉하는 콘텐츠)’식 소비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CNN 수석 스타일 리포터이자 딥 다이브 쇼핑(정보를 철저히 탐색한 후 구매)을 하는 레이철 타시지안(Rachel Tashjian)은 이 방식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보았다. “쇼핑이 삶을 잠식하는 게 과연 건강한 걸까요? 아니죠. 차라리 책을 읽으세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쇼핑 습관은 그 자체로 욕망을 자극하는 새로운 소비주의를 드러낸 것은 아닐까. 숨은 루트를 발굴하고 아는 사람만 아는 고유함에 가치를 둔다는 면에서 어쩌면 조금 더 윤리적인 면모를 품고 있다고 해야 하는 걸까? 타시지안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가 한때 그들을 규정하던 획일적인 미학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탐색의 문화를 만들고 발전시켰다. 집 안이나 옷장에 들일 단 하나의 완벽한 아이템을 찾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일, 그것은 곧 자기 표현의 방식이자 타인과 구별되고 싶은 욕망 그리고 스스로를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지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이다. “요즘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캐시미어 스웨터는 원하지 않아요. 정말 낯설고 특별한 걸 원하죠.” 타시지안이 웃으며 말했다. “스코틀랜드의 어느 시골길을 달리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오두막에 사는 노파에게 사게 되는 그런 스웨터요.” 이런 현상은 우리가 무심코 빠져드는 알고리즘이 이끄는 손쉬운 쇼핑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도 읽힌다. 기계적으로 스크롤하고, 클릭하고, 구매하며 이를 반복하는 소비 말이다. 반면 슈퍼 쇼핑은 의도적이고 시간과 공을 들여 완성하는 큐레이션의 과정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들여야 하는 수고로움, 즉 오늘날 기준으로 ‘불편함’에 가까운 그 마찰 자체가 오히려 매력의 일부가 된다. 인스타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더블 클릭으로 사들이는 방식과는 정반대의 태도다.

뉴스레터 〈The Love List〉를 운영하는 제스 그레이브스(Jess Graves)는 독자들에게 ‘슈퍼 쇼퍼처럼 사고하는 법’을 코칭한다. 네타포르테의 리워드 등급을 공략하는 방법부터 믿을 만한 SA와 연결되는 법까지 정보를 숨기지 않는 그녀는 이름도 기꺼이 공개한다. 더 로우의 그레이스 터너(Grace Turner), 마이테레사의 매니 수에로(Manny Suero), 바이올렛 그레이의 데이비드 브로기(David Broggi) 등 말이다. “서브스택 채팅방에서는 ‘생 로랑 담당 SA 공유할게요’, ‘더 로우 샘플 세일 이메일 아는 사람 있나요?’ 같은 대화가 오가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정보와 네트워크를 갖추게 되죠. 쇼핑이 그런 것을 요구하니까요.” 어쩌면 이런 새로운 전문성은 패션계의 DIY 문화와도 닮아 있다. 유튜브를 통해 배관 수리를 배우듯, 인터넷은 결국 모두를 ‘전문가’로 만든다. 동시에 모든 취향의 틈새를 수용하는 공간이 되었고, 선택지는 무한히 확장됐다. “데이트 앱에 들어가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선택지가 생기잖아요. 쇼핑도 똑같아요. 인터넷 덕분에 끝없이 빠져들 수 있는 토끼굴이 생긴 거죠.” 한편 기술은 기본적인 욕구마저 너무 쉽게 충족시켜 버렸다고도 볼 수 있다. 읽고 싶던 베스트셀러나 써보고 싶은 프랑스산 모이스처라이저를 두 시간도 채 안 돼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시대니까. 물론 편리하다. 하지만 어딘가 김이 빠지는 느낌도 있다. 욕망이 충분히 쌓이기도 전에 물건이 도착해버리기 때문이다. 기다림이 없다면, 과연 설렘은 남아 있을까?

미쳐 있어야 해요. 누구보다 일찍 움직이고, 가장 먼저 도착하고, 그래야 결국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있죠. 완전히 집요해야 해요.

코로나19는 또 다른 변화를 만들었다. 더 많은 쇼퍼들이 SA와 이름을 주고받는 관계가 된 것이다. 쇼를 보러 갈 일도, 줄을 설 일도, 부티크를 직접 돌아다닐 일도 사라지면서 디자이너 브랜드의 아이템에 목마른 이들은 문자와 DM으로 쇼핑하는 방식을 배우게 됐다. 그 결과 패션의 흐름은 훨씬 더 빨라졌다. 윌러는 “진짜 내부자는 SA들이에요. 그들만이 ‘절대 구할 수 없는’ 아이템에 접근할 수 있죠”라고 답했다. 이제 가장 탐나는 제품이 입고되면, SA들은 VIP 고객을 위해 먼저 확보해둔다. “코로나 시기에 제 인스타그램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죠.” 오랜 경력의 엘리트 쇼퍼, 마르시 히르슈라이퍼(Marci Hirshleifer)가 말했다. 뉴욕 맨해셋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멀티 브랜드 스토어 ‘히르슈라이퍼스(Hirshleifers, 샤넬, 더 로우, 카이트 등을 취급한다)’의 글로벌 퍼스널 쇼핑 디렉터인 그녀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아낸다. 매장에 없는 제품이라도 예외는 없다. 한 고객이 그녀의 이모 로리가 인스타그램에서 착용한 펜던트에 매료되자, 히르슈라이퍼는 즉시 네트워크를 가동했다. 스타일리스트와 퍼스널 쇼퍼들에게 ‘빈티지 까르띠에 스누피 펜던트’를 찾는다는 얘기를 퍼트리고 퍼스트딥스, 소더비, 크리스티에 알림을 설정했다. 마침내 유럽의 한 온라인 경매에 그 제품이 등장했을 때, 그녀는 휴가 중이던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입찰할까요?” 대답은 당연히 “네”였다. 비앙카 제비아는 SA들을 ‘셀러’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마 그녀 역시 그 일을 해봤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내 사람들’이라 부른다. 그들은 그녀의 저녁 식사와 생일 파티에 초대되는 사람들이다. 제비아가 이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런웨이나 화보 밖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희귀한 피스를 얻게 해주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다니엘 리의 버버리 데뷔 컬렉션에서 확보한 네 켤레의 타탄 타이츠가 그 예다. “이건 울포드도, 팔케도 아니에요. 오직 하우스에서만 나오는 거죠.” 패션을 완성하는 데 이런 디테일은 그녀에게 필수 요소다.

지난 11월, 그레이브스의 친구는 파리 6구의 빈티지 숍 ‘프리클로스드(Preclothed)’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더 로우의 2026 서머 룩북 촬영에 사용된 빈티지 헤어콤(올림머리에 하는 액세서리)을 메리케이트 올슨이 이곳에서 직접 셀렉트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진에는 그녀가 고르지 않은 제품들과 실제 사용된 몇 개의 헤어콤이 함께 담겨 있었다. 올여름 결혼을 앞둔 그레이브스는 친구에게 다시 매장을 방문해 달라고 부탁했고, 결국 결혼식 전 만찬을 위해 헤어콤 세 개를 구매했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이 놀라운 풍요로움과 연결성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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