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일상 데이터로 정밀해진 동네의원…일차 의료에 들어온 디지털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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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일상 데이터로 정밀해진 동네의원…일차 의료에 들어온 디지털 주치의

디지틀조선일보 2026-05-20 06:30:00 신고

3줄요약
일차 의료의 재설계, 디지털이 마중물이다 ③
  • 오전 진료가 시작되기 전, 세실내과의원 직원들은 플랫폼에 올라온 환자 데이터를 먼저 확인한다. 혈압이나 혈당 수치가 기준 범위를 벗어난 환자는 ‘주의환자’로 분류되고, 필요하면 내원 안내 문자가 발송된다. 진료가 시작되기 전부터 어떤 환자를 더 주의 깊게 봐야 하는지 윤곽이 잡히는 구조다.

    예전 같으면 종이 수첩을 들고 오던 환자들이다. 이제는 활동혈압측정기와 연속혈당측정기, 장기 심전도 검사기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실제 진료 판단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경기 하남시 세실내과의원은 2020년 연속혈당측정기를 시작으로 활동혈압측정기, 장기 심전도 검사기, 관리 플랫폼 등을 차례대로 도입했다. 단순히 기기를 도입한 수준이 아니라, 연속 데이터를 선별하고 이를 실제 진료 흐름 안으로 연결하는 운영 구조를 구축해 온 사례다.


  • 이치훈 세실내과의원 대표원장이 관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환자 데이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세실내과의원
    ▲ 이치훈 세실내과의원 대표원장이 관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환자 데이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세실내과의원

    진료실 밖 데이터가 바꾼 판단 기준

    기기 선택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고혈압 여부 확인이나 약제 조절이 필요한 경우 활동혈압측정기를, 혈당 변동성이나 저혈당 패턴 파악이 필요한 경우 연속혈당측정기를, 부정맥이 의심되는 경우 장기 심전도 검사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민준기 원장(이하 민 원장)은 “예전에는 진료실 혈압이나 검사 결과 중심으로 판단했다면, 지금은 환자의 하루 패턴 자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면고혈압과 야간고혈압이다. 진료실 혈압은 정상이지만 수면 중 혈압이 과도하게 높게 나오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병원에서는 혈압이 높지만 실제 일상에서는 안정적인 환자도 있다는 설명이다.

    민 원장은 “자는 동안 혈압이 오르는데 산소포화도는 떨어지는 환자들이 있다”며 “수면무호흡 문제를 같이 의심해 볼 수 있고, 실제로 그런 부분을 해결하면 혈압 패턴도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연속혈당측정을 통해 새벽 저혈당 패턴을 확인한 뒤 인슐린 용량을 조정하거나 생활 습관 교육으로 연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예전에는 놓치고 지나갔을 부분들을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치훈 대표원장(이하 이 원장)은 “병원에서 혈압이 너무 낮게 측정되었을 때는 활동혈압측정기로 평소 데이터를 확인해 보면 다 괜찮은 경우도 있다”며 “오늘 운동하고 와서 그런 건지, 날이 더워서 떨어진 건지 판단할 수 있는데 이런 데이터가 없으면 계속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시간 관리의 한계와 선별 운영의 현실

    그러나 병원 밖 데이터가 들어온다고 해서 모든 환자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실내과는 웰체크를 통해 ‘주의환자’를 우선 선별해 관리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된 환자를 분류하면 담당 직원이 먼저 데이터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환자에게 문자를 보내 내원 상담이나 추가 검사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민 원장은 “중요한 것은 결국 모든 환자를 계속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위험 신호가 있는 환자를 빨리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구조에도 현실적인 한계는 있다. 세실내과에 등록된 웰체크 가입자는 1,000명 이상이지만 최근 30일 기준 실제 활성 사용자는 약 18% 수준이다. 연속혈당측정기 월평균 활용 건수는 8건, 장기 심전도 활용은 월 4건 수준이다.

    관리 플랫폼은 실시간 알람 기능을 지원하지만 세실내과에서는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원장은 실시간 알람이 작동하려면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확인해야 하는데, 제한된 인력으로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민 원장도 “모든 데이터를 다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저혈당처럼 즉각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 대해서는 제한적 알람 기능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수가 구조 역시 현실적인 장벽으로 지목됐다. 이 원장은 “주변 의사들에게 발표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그래서 청구 가능한가요’라는 말”이라며 “수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급이 이런 시스템까지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일부 보험 비적용 연속혈당측정기의 경우 환자 부담이 약 13만원 수준이다. 활동혈압측정기는 기존 24시간 혈압계 수가를 적용할 수 있지만, AI 기반 판독처럼 의원급에서 수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항목도 있다.

    이 원장은 “대부분의 의사는 환자를 위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며 “하지만 빠듯한 병원 경영 상황에서 큰 비용을 투자하는 결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밝혔다.

    종이 수첩 대신 플랫폼…달라진 진료실 역할 분담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병원 안 역할 구조도 달라졌다. 세실내과에서는 간호 인력이 환자 교육과 기기 안내, 기본적인 데이터 관리를 맡고, 의사는 실제 진료 판단과 처방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플랫폼을 통해 가정 혈압과 혈당 수치가 평균값, 최고·최저값 등으로 정리돼 들어오면 요약 데이터를 바로 차트 기록에 활용할 수 있다. 이전처럼 환자가 가져온 종이 수첩을 일일이 넘겨보는 과정도 줄었다.

    이 원장은 “예전에는 손으로 계산하고 넘겨봐야 했는데 지금은 데이터를 정리해서 바로 볼 수 있다”며 “그런 시간은 줄었고 대신 환자에게 앱 설치를 도와주거나 기기 사용법을 설명하는 일은 늘었다”고 말했다.


  • 민준기 세실내과의원 원장이 디지털 만성질환 관리 시스템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세실내과의원
    ▲ 민준기 세실내과의원 원장이 디지털 만성질환 관리 시스템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세실내과의원

    직원 역할도 중요해졌다. 민 원장은 “직원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처방 자체가 안 나가게 된다”며 “젊은 직원들이 유연하게 적응해 준 부분이 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디지털 담당 직원을 한 명 잘 훈련해서 키워가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지금 구조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은 아니었다. 민 원장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직접 확인하는 게 더 빠르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병원 측은 사용 과정에서 불편한 점을 지속적으로 개발사에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버튼 하나로 데이터를 차트에 옮기는 기능 등이 추가됐다. 민 원장은 “처음보다 훨씬 편해졌고, 사람이 순간적으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데이터로 바뀐 환자 교육과 진료 대화

    세실내과에서는 처음 고혈압이나 당뇨를 진단받은 환자에게 관리 플랫폼 앱 설치를 안내하고 있다. 환자가 직접 혈압·혈당을 입력하고 플랫폼에 쌓인 자신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병원 등록 환자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전문의들이 검수한 교육 콘텐츠도 자동으로 전송된다.

    진료 시에는 환자가 입력한 혈압·혈당 데이터를 화면으로 보여주며 설명하는 방식이 늘었다. 이 원장은 “’이번에 많이 못 걸으셨네요, 더 걸어보시죠’라고 한마디씩 한다”고 말했다.

    민 원장은 “얼마나 입력하느냐만 봐도 치료 순응도가 어느 정도 보인다”며 “열심히 입력하는 분들은 실제로 생활 습관 관리에도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데이터가 환자의 성향과 관리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도 기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고령층에서는 여전히 디지털 기기 사용 자체가 장벽이 되는 경우도 많다. 민 원장은 “70~80대 환자들은 앱 사용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호자 도움을 받거나 최소한의 기능만 사용하도록 안내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교적 젊은 당뇨 환자층에서는 데이터 기반 관리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 원장은 “예전보다 젊은 당뇨 환자가 늘고 있고,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려는 환자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일만사가 작동하기 시작한 의원 진료실

    세실내과의 사례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 어떤 운영 구조가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기기를 도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연속 데이터를 선별하고 환자 상태를 분류하며 이를 실제 진료 흐름 안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 원장은 “일만사가 평소 환자 상태를 계속 열어보고 이상이 있으면 먼저 연락하고 피드백을 주는 구조인데, 디지털 인프라가 들어오면서 그게 현실화하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이 원장도 “플랫폼이 없었으면 환자가 병원에 올 때까지 평소 상태를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금은 이름만 검색해도 환자의 평소 혈압·혈당 패턴이 바로 나온다”고 말했다.

    두 원장은 디지털 기반 관리 시스템이 실제 진료에서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런 구조가 일부 의원의 의지에만 의존해서는 확산하기 어렵다고도 전망했다.

    민 원장은 “환자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낮아야 하고, 의사 입장에서도 도입 비용 부담이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며 “새로운 기술이 현장에 자리 잡으려면 결국 제도와 수가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실내과의원의 사례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이 실제 주치의 기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와 운영 구조가 함께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기와 위험 신호를 선별하는 플랫폼, 이를 실제 진료 안에서 운영할 수 있는 인력까지 함께 갖춰져야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일부 의원의 초기 시도에 가깝지만, 현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이 변화가 얼마나 빨리 확산하느냐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가 현장을 얼마나 빠르게 뒷받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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