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재밌는 웹툰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담은 이야기입니다.
여주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궁금해지는 작품인데요.
이야기는 새가 날아가는 푸른 하늘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이 깔립니다.
“대륙의 정세가 나날이 혼란한 가운데 나는,
왕국의 공주로서 제국의 황태자와 결혼해야 했다.”
이 대사는 밝은 하늘을 보여주는 배경과
선명하게 대비됩니다.
그래서일까, 작품의 첫 분위기부터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화면은 결혼식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금발의 여주인공 아르시노에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뒷모습이 화면을 채웁니다.
이때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나레이션이
차례로 흘러나옵니다.
'제국과 왕국 사이의 화친을 상징하는 결혼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번 결혼을 두고
‘대단한 신분 상승’이라며 수군거립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의 속마음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화면 너머로 그녀의 담담한 고백이 이어집니다.
'나는 허울만 좋은 공주일 뿐,
사실은 노예 출신 측실의 소생이었다.'
그런 여주인공에게 황태자 알레한드로가
손을 내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나의 아르시노에.”
여주는 당시 그의 이 달콤한 말을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 결혼을 통해 마침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간절한 꿈을 꾸었다고 회상합니다.
이 대목에서는 그 시절 그녀가 남편이 될 남자를
얼마나 온 마음을 다해 믿고 의지했는지,
그 깊은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장면에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됩니다.
화사했던 결혼식장의 풍경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면은 암전되고, 곧이어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걸어
내려가는 한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납니다.
조명 아래 드러난 알레한드로의 표정은
조금 전의 부드러움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차갑게 굳어 있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던 여주인공은, 발이 묶인 채 피를 흘리며
차디찬 지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남자는 비참하게 갇혀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비웃습니다.
“그 눈빛을 보니 썩 살 만한가 보오, 황태자비.”
여주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깊은 분노와 절망이 뒤엉켜 있습니다.
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남자를 쏘아붙입니다.
“비 소리따윈 집어치우십시오.”
그녀의 서슬 퍼런 태도에도
남자는 여전히 태연자약하게 웃어넘깁니다.
“하하, 너무 그러지 말아.”
이윽고 알레한드로는 여주에게 잔인할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나직하게 읊조립니다.
“내 좋은 소식이 있어 전하러 왔으니.”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주는 이미
비극적인 결말을 예상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묻습니다.
“결국 제 조국을… 파르나스를… 손에 넣으셨습니까.”
그러자 남자는 그녀의 잔혹한 헌신과 협력을 비웃듯
조롱 섞인 어조로 쐐기를 박습니다.
“모두 그대가 기밀을 알려준 덕분이오.
그 통로가 유용했어.
곧장 왕족의 거주지로 이어지더군.”
여주는 살아 있는 모든 희망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린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봅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알레한드로는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덧붙입니다.
“빌어먹을 대장군 놈 때문에 애를 먹긴 했지만,
비교적 쉽게 몰살시켰지.”
그 말을 들은 여주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간신히 입을 뗍니다.
“그럼… 어, 어머니는 어찌…”
하지만 돌아오는 남자의 대답은
지독하리만큼 담담합니다.
“살해되어 시신만 남아 있다.”
이 장면은 남자의 극단적인 잔혹함과 무심함이
동시에 묻어나와, 극 중에서 가장 무겁고 가슴 아픈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때 여주의 서늘한 깨달음이 나레이션으로 흐릅니다.
'이게 이 남자의 본모습이다.'
알레한드로는 여주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비아냥거립니다.
“우는 거야?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굴더니. 진귀한 구경거리군.”
이미 아무것도 막지 못한 자신을 뼈저리게 자책하던
여주는 마지막 결심을 한 듯 나직하게 말합니다.
“이제 날 죽일 거죠.”
이어서 그녀는 알레한드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절박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마지막 간청을 올립니다.
부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제가 늘 지니고 다니던 보검으로,
조국의 유물로 죽을 수 있도록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조국과 가족을 모두 잃은 절망 속에서도,
적의 손에 더럽혀지기보다 조국의 유물로 삶을
마감하겠다는 이 장면에서는 여주인공이 지킨
마지막 자존심과 고결함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때 알레한드로는 허리춤에서 검을 풀어 바닥에
쨍그랑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가소롭다는 듯 한마디를 남긴 채
뒤를 돌아섭니다.
“불쌍하기도 하지.
내 아내였던 여자에게 그 정도 자비도 못 베풀까.”
그가 떠난 뒤, 지하실에 남은 병사들은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대며 들으라는 듯 비웃고 조롱합니다.
“천박한 매국노 같으니라고.”
온갖 수치스러운 멸시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여주는 오직 바닥에 놓인 검만을 응시하며
묵묵히 그것을 손에 쥡니다.
그러나 여주가 검을 든 진짜 이유는
모두가 예상한 ‘자살’이 아니었습니다.
검날을 타고 흐르는 서늘한 빛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매섭게 빛나고, 이내 나레이션이 흐릅니다.
“은의 단검.
대륙에서 이 검의 힘을 아는 건 나뿐이겠지.”
이 대사와 함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설정이 비로소 베일을 벗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은의 단검이 가진 진정한 능력이
여주의 목소리를 통해 밝혀집니다.
“은의 단검으로 죽을 때마다
나는 열두 살의 여름으로 돌아간다.”
“이제껏 세 번의 생을 살았고,
전쟁에 미친 황태자에게 속아 목숨을 잃었다.”
그 뒤를 이어, 그녀가 지난 삶 동안 처절하게 부딪히고
깨어지며 겪어야 했던 가혹한 시행착오들이
담담한 어조로 이어집니다.
“처음은 막으려다가, 두 번째는 도망치다가.
세 번째는 밀정 노릇을 자처했으나
그 또한 정답이 아니었다.”
“달콤한 말로 꾀어내다 쓸모가 다하면
가차없이 날 버렸다.”
이 고백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여주인공이
세 번의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쌓아온 절망과 체념,
그리고 배신감이 겹겹이 축적된 결과물입니다.
그렇기에 앞선 그 어떤 장면보다도 훨씬 더 무겁고도
서늘한 감정의 무게로 가슴에 와닿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주는 검을 단단히 쥐며
스스로에게 마지막 기회를 건네듯 읊조립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다.
네 번째도 똑같다면 그땐 차라리
죽음의 안식을 찾으리라.”
이 대사를 끝으로 화면은 암전되고,
이내 새로운 삶의 시점으로 전환되며
여주는 다시 찬란했던 과거로 돌아가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프롤로그는 주인공이 그토록 처절한
복수를 다짐하게 된 계기와 그 당위성을
인물의 감정선에 실어 밀도 높게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감정을 과하게 쏟아내거나 과장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한 어조 속에서 짓눌린 절망을 표현해 낸
연출이 일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물의 격정적인 절규보다,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은 나레이션으로 비극을
풀어내는 방식이 역설적으로 더 잔혹하고 시리게
다가왔습니다.
이제 네 번째 삶을 시작하게 된 그녀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그리고 ‘복수’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 어떤 패를 준비해 나갈지
앞으로의 전개가 무척 기대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지금 바로 카카오페이지에서
<
네 목을 비트는 새벽>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