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국립극장서 개막…전 단원 총출동해 장대한 '효명의 예술'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예술가인 효명은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사람, 소통하는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현대와도 통하는, 다양함을 품는 군주의 면모를 갖고 있죠." (임지민 연출)
19일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실에서 시연된 국립창극단의 '효명' 제작진은 작품의 모티브인 효명세자의 이러한 매력에 "감화됐다"고 말했다.
창극 '효명'은 조선 국왕 순조와 순원왕후 김씨의 맏아들인 효명세자를 모티브로 했다.
그는 부정부패와 세도 정치로 어지러웠던 조선 후기, 18세의 나이에 대리청정을 하며 나라를 일으키고자 했으나 3년 만에 요절했다. 효명은 대리청정을 하는 동안 예(禮)로 질서와 왕실의 권위를 세우고 음악으로 소통하고자 궁중 정재(대궐 잔치 때 공연하던 춤)를 정비한다.
작품은 이러한 이야기에 가상의 인물인 무용수 '묘묘'를 등장시켜 효명을 살해하려 잠입한 묘묘가 효명에게 감화되는 과정을 그렸다.
유은선 국립창극단 단장은 "현재 전해지고 있는 궁중무용 53종 중 23종은 효명세자가 만든 것일 정도로 그가 우리 전통 예술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기본적으로 우리 춤이라는 콘텐츠를 창극이라는 재미있는 방법으로 알리고 싶었고, 또한 그가 만들고자 했던 이상적 세계를 그리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효명세자는 단순한 예술 애호가를 넘어 세도정치 아래 무너진 왕권과 궁중 질서를 바로 세우고자 뚜렷한 정치적 행보를 보였던 인물이다. 작품은 개혁 정신을 지닌 효명과 조선 사대부들이 대립하는 장면 등을 통해 이러한 면모를 부각한다.
1막에서 사대부들이 효명에게 "너의 조선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효명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조선"이라며 "내가 선봉에 서서 파벌과 외척을 없애고 선진 문물을 받아들일 것이다. 백년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고쳐 쓰면 된다"고 당당히 답한다.
이만희 작가는 "효명이 과거 제도를 개편하는 장면이나 서양의 과학 문명에 관심을 갖는 장면도 넣었다"며 "(효명에게) 정치는 생존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고 예술은 생명의 빛을 발하게 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효명 역을 맡은 배우 김수인은 "궁중정재는 즐겁지만 넘치지 않아야 하고, 슬프지만 비통하지 않아야 한다고 배웠다"며 "효명은 예술가로서 그러한 정신으로 살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핵심은 효명세자가 새롭게 시도했던 정재인 만큼, 이번 공연은 전통 춤에 초점을 맞췄으며 창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안무의 비중과 수준을 높였다.
안무는 효명이 만든 궁중 독무 춘앵전과 칼을 들고 추는 검기무 등 궁중 정재에 현대적 감각을 결합해 효명의 미래지향적 면모를 나타냈다. 국립창극단 전 단원과 국립무용단 청년단원,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 단원까지 총 66명의 출연진이 펼치는 군무는 궁중의 위엄과 시대적 긴장감을 표현한다.
김재덕 안무가는 궁중 무용을 현대적으로 각색하면서도 전통 사상을 담으려 노력했다.
그는 "주역에서 말하는 하늘과 땅, 성리학의 이기론(理氣論)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동작에 우주의 원리를 나타내는 자세와, 구체화한 법칙을 나타내는 자세를 녹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 안무가는 "효명세자는 중국에서 넘어온 춤에서 벗어난 진정한 '조선 스타일'의 무용 작품을 만든 인물"이라며 "효명의 춤이 가지는 의미와 동시대적 해석을 재미있게 봐 달라"고 전했다.
예술을 통한 변혁을 꿈꾼 세자의 이야기를 다룬 '효명'은 다음 달 23∼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fat@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