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현재는 고층 건물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전주 서부신시가지는 현대적인 도시의 표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북경찰청 인근을 가로지르는 ‘마전로’라는 도로명은 이 일대의 오랜 역사를 드러내고 있다. 대규모 개발의 물결이 일기 전 이곳은 약 7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전주 이씨 집안이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던 터전이다.
전주역사박물관에 따르면 오는 22일부터 10월 11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에서 2026년 상반기 특별전 ‘이씨뜰에 핀 아름다운 벼(Memory of the Lee Clan's Field)’가 열린다. 과거 마전마을 일대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이씨 가문의 발자취를 조명하기 위해 전주시와 전주역사박물관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전시 명칭은 해당 마을 출신인 이곤현이 남긴 ‘문학대 12경운’이라는 시에서 드넓은 평야의 풍요로운 경치를 묘사한 ‘이십야가화(二十野嘉禾)’라는 구절에서 영감을 얻어 정해졌다.
이들이 이룩한 집성촌의 기원은 고려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대 이름난 유학자였던 황강 이문정 선생이 만년에 고향인 전주로 내려와 정착한 것이 향촌 사회 형성의 출발점이다. 이후 후손들은 그의 학문적 성취와 덕을 기리기 위해 호를 딴 황강서원을 건립하며 가문의 명맥을 이어 나갔다. 세간에서는 이들을 마을의 이름을 붙여 '마전 이씨'라고 불렀고, 일족이 소유했던 마을 앞의 광활한 평야 지대는 전주 이씨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이씨평(李氏坪)' 혹은 '이십평'이라는 지명으로 널리 통용됐다.
기획전에서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귀중한 사료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12월 황강서원 내 사정공파 종중이 오랜 기간 보존해 온 62점의 고문서가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도 지정 문화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 후기 향촌 사회의 구조와 지역 경제상, 양반가의 구체적인 생활사를 아는 데 중요한 사료가 기획전을 통해 처음 공개된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에 펼쳐진 오래된 서책과 문서들을 통해 조선 후기 양반가의 삶의 양식을 들여다볼 수 있다. 과거 풍요로웠던 이씨뜰과 현재 번화한 신시가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 딛고 서 있는 공간의 정체성을 되새기게 할 예정이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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