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차려준 생일상 앞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을 숨지게 한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9일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정승규 부장판사)는 살인과 살인미수, 총포·도검·화약류 등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3)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동일한 형량을 확정했다. 검찰 측 항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의 계획성과 그 규모를 고려할 때 죄질이 극도로 나쁘며 책임 또한 대단히 무겁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고인 측은 체포 직후 방화 계획을 자백해 추가 피해 발생을 막았고 오랜 기간 형사처벌 전력이 없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정상참작 요소들이 이미 1심 양형에 충분히 반영됐다며 형량 변경의 특별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가 부당하게 적용됐다는 피고인의 주장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자신의 주거지 전체를 폭발시킬 목적으로 배터리와 시너 34리터 등을 미리 마련해둔 점, 자동 타이머까지 설정해놓은 점 등을 종합하면 단순한 예비 단계가 아닌 실행 착수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1심에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유죄 판단을 내렸는데, 제반 사정을 살펴보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지난해 7월 20일 오후 9시 31분경 발생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33층에서 A씨는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려 모인 가족들 앞에서 사제 총기를 꺼내 들었다. 그가 발사한 산탄 2발에 아들 B(당시 33세)씨가 목숨을 잃었다.
수사 결과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첫 번째 총격 후 벽에 기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아들에게 A씨는 한 발을 더 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집 안에는 며느리와 손주 2명, 며느리의 지인 등 4명이 함께 있었으며, A씨는 이들까지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A씨의 자택에서는 인화성 물질이 담긴 페트병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됐다. 범행 다음 날 자동으로 불이 붙도록 타이머가 맞춰져 있었다.
범행의 배경에는 뒤틀린 가족사가 있었다. A씨는 본인이 저지른 성폭력으로 인해 2015년 이혼했음에도 정해진 직업 없이 전처와 아들에게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의존해왔다. 2023년 말 이 지원이 중단되면서 유흥비와 생활비 마련에 곤란을 겪게 됐다.
A씨는 전처와 아들이 마치 금전 지원을 계속할 것처럼 자신을 기만해 대응할 기회를 빼앗고 사회적으로 고립시켰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그는 아들 일가족을 살해하는 방식으로 복수하겠다는 극단적 결심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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