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먼저 지급한 보험금 중 위자료와 비급여 치료비 부분은 건강보험공단의 구상금 청구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018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사건과 관련된 구상금 소송에서 이 같은 취지로 원심을 확정했다. DB손해보험을 상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기한 이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고시원 원장 구모씨와 보험사가 연대하여 2천118만여원을 공단에 배상하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해당 화재는 2018년 11월 9일 발생해 거주자 7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1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소방시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원장 구씨의 과실로 인해 피해가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부상자 9명에 대해 공단은 요양급여 명목으로 총 3천826만여원을 선지급했고, 이후 가해자 측인 구씨와 그가 가입한 DB손해보험에 이 금액의 환수를 요구했다.
보험사 측은 피해자들과 합의를 완료하고 보험금 5천949만원을 이미 지급했다는 점을 들어 추가 배상 의무가 없거나 제한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기존에 피해자들에게 건넨 금액만큼 구상채무에서 차감해달라는 논리였다.
핵심 쟁점은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 가운데 어떤 부분을 공단 구상금에서 빼줄 수 있느냐였다. 대법원은 공단이 행사할 수 있는 구상권의 범위를 '보험급여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채권', 즉 급여 대상 치료비 영역으로 한정했다. 동일한 손해를 메우는 관계에 있어야만 구상 범위에 포함된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비급여 치료비, 일실수입, 위자료 등 공단 급여와 성격이 다른 항목에 해당하는 보험금 부분은 구상 대상 밖이므로 공제해주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실무상 보험금 내역에서 급여 대상과 그 외 항목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남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번 재상고심에서 구체적인 산정 방식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 공식은 다음과 같다. 피해자 전체 손해액에서 보험급여와 무관한 손해(비급여 치료비·위자료 등)가 차지하는 비율을 먼저 구한다.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에 이 비율을 곱한 금액을 구상금에서 제외하면 된다.
구체적 사례로 설명하면, 피해자의 총손해가 1억원이고 급여 대상 치료비가 3천만원, 나머지 비급여·위자료 등이 7천만원인 경우 무관한 손해 비율은 70%다. 보험사가 5천만원을 책임보험금으로 지급했다면 그중 70%에 해당하는 3천500만원은 공단 급여와 관계없는 손해 보전분으로 간주된다. 결국 공단은 보험사에 구상금을 청구할 때 이 3천500만원을 제외하고 계산해야 한다.
재판부는 파기환송심이 이러한 방식을 적용해 DB손해보험의 배상액을 산정한 데 법리적 오류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판결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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