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새 삶을 일군 뒤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한 가족의 꿈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귀화 여성 이모(30)씨는 지난달 8일 자택에서 현금 1억원과 금 200돈 등 총 2억6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도난당했다.
피해 금품은 이씨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전국 각지에서 일하는 부모와 남편, 형제자매, 이종사촌까지 대가족이 수년에 걸쳐 땀 흘려 모은 돈이 고스란히 사라진 것이다. 2017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씨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임시 체류 신분이라 금융 계좌를 만들기 어려웠고, 자연스럽게 이씨가 가족 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내년 초 베트남에 대가족이 함께 거주할 단독주택을 완공해 귀국하려던 계획은 산산이 부서졌다. 건설 대금 2억원을 송금하기 불과 며칠 전에 금고가 털렸기 때문이다. 이씨는 "부모님이 한국에서 3년간 고생하며 모은 5천700만원도 포함돼 있다"며 "심장이 약한 어머니가 충격으로 쓰러지실까 두려워 아직 가족들에게 알리지 못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다.
현재 이씨의 생활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세 살배기 아이와 빌라에서 단둘이 지내면서도 범인이 재침입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사할 비용조차 없는 형편이다. 생계를 책임지는 남편은 천안에서 일하느라 곁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농가와 공장에 베트남 근로자를 연결해주는 인력사무소 업무를 담당하던 이씨는 사건 이후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로 휴직 상태다. 지인들에게 돈을 꾸어 겨우 끼니를 잇고 있으며, 불안 증세로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이씨는 "치안이 좋다고 믿었던 한국에서 이런 비극을 겪을 줄 몰랐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눈물을 삼켰다.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관할 경찰서가 인근 CCTV를 분석했으나 용의자 동선 파악에 실패했고, 사건은 충북경찰청 형사기동대 광역수사계로 이첩됐다. 그러나 한 달이 넘도록 범인 검거 전망은 불투명하다.
경찰은 이씨가 사건 이틀 전 SNS에 금고 내부 사진을 게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범인이 해당 게시물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빈집을 노린 범인은 현관 도어락을 열고 침입한 뒤 용접기로 금고를 해체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어락 비밀번호가 이씨 부부의 생일 조합이었던 점을 고려해 경찰은 주변 인물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추적 현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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