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모은 돈인데" 2억6천만원 훔친 범인 두 달째 오리무중
3살 아이와 생활고…지인 도움으로 생계유지, 휴직 후 정신치료도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온 가족이 함께 모은 돈으로 베트남에 집을 지어 돌아가려 했는데, 범인이 안 잡히면 저희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달 8일 자택 금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 1억원과 금 200돈(1억6천여만원)을 도난당한 베트남 귀화 여성 이모(30)씨는 19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이씨가 도난당한 금품은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일하고 있는 부모와 남편, 동생, 언니 부부, 이종사촌이 수년간 땀 흘려 모은 재산이다.
2017년 귀화한 이씨와 달리 다른 가족은 임시 체류자 신분이어서 계좌 개설 등에 어려움이 있었고, 이 때문에 이씨가 가족 재산을 대신 맡아왔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범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라 이씨는 속을 태우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 대가족이 함께 살 집을 지어 내년 초 다 함께 돌아갈 계획을 세웠던 이씨에게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얼마 전 짓기 시작한 베트남 현지 단독주택의 건설 대금 2억원을 이체하려던 시점을 불과 며칠 앞두고 금고가 털린 것이다.
이씨는 "도난 피해액 중 부모님이 한국에서 3년 동안 힘들게 모은 돈만 5천700만원인데, 심장이 좋지 않은 어머니가 쓰러지실까 봐 남편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에게는 도난 사실을 아직 알리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공사 대금은 급하게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메꾸고 있는데, 계획대로 베트남에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평생 모은 돈을 모조리 잃으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처한 상태다.
3살 아이와 함께 빌라에서 지내는 이씨는 범인이 또다시 집 안으로 들어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당장 돈이 없어 이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남편은 가족 생계를 위해 천안에서 일하고 있어 이씨의 곁에 있어 주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씨는 그동안 인력사무소에서 베트남 근로자들을 일손이 급한 농가나 공장에 알선해 주는 일을 해왔지만, 도난 피해를 당한 뒤 정신적 충격으로 휴직했다.
이씨는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범인이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 좋은 생각이 자꾸 들어 정신과에도 여러 번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안이 좋은 곳이라고 믿었던 한국에서 이런 일을 겪게 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앞서 관할 경찰서는 일대 CCTV를 분석했으나 용의자의 행적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사건은 현재 충북경찰청 광역수사계로 이첩됐으나 검거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이씨는 도난 사건 발생 이틀 전 자신의 SNS에 금고 내부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경찰은 범인이 해당 게시글을 보고 범행에 나섰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경찰은 범인이 집이 빈 틈을 타 현관문 도어락을 열고 내부로 들어와 용접기로 금고를 해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어락 비밀번호가 이씨와 남편의 생일을 조합한 것이었던 만큼 이씨 주변 인물이 범행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범인 추적 상황은 일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chase_are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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