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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미 재무부가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바다 위에 묶여 있는 러시아 원유에 일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30일짜리 일반 라이선스를 발급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만료된 러시아산 해상 원유 구매에 대한 제재 면제를 두 번째 연장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현재 채굴 중인 러시아산 원유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지난달 17일까지 이미 유조선에 실려 있는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에 한정된다.
앞서 미 재무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22일 러시아 양대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루크오일을 특별제재대상(SDN)에 올렸다. 이후 올해 2월 말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미 재무부는 3월 12일 이전 유조선에 선적돼 있던 러시아산 원유에 한해 인수·판매를 일시 허용했다. 이 면제 조치는 4월 11일 한 차례 만료됐다가 다시 연장됐으나, 지난 16일 또다시 만료됐다. 이번이 두 번째 연장 조치다.
이번 결정은 이란 전쟁 및 이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걸프 원유 수송이 막힌 빈곤·취약국들이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연장은 추가적인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며, 우리는 해당 국가들과 협력해 필요한 경우 개별 라이선스를 발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실물 원유 시장을 안정시키고 에너지 취약국에 원유가 도달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한 달 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원유 제재 면제 추가 연장은 계획에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존 공급물량을 가장 절실한 국가들로 돌려 그동안 중국이 제재 받는 원유를 헐값에 쌓아두던 능력을 줄일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출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요충지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려온 인도가 대표적인 수혜국으로 꼽힌다. 하지만 러시아가 원유 및 석유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진 섀힌(뉴햄프셔)·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공동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푸틴에게 주는 변명의 여지 없는 선물”이라며 “이번 라이선스로 크렘린이 벌어들이는 1달러 한 푼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과 무고한 우크라이나인 살해의 자금줄이 된다”고 비판했다. 두 의원은 “이번 제재 완화가 미국 휘발유 가격을 끌어내리거나 세계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국제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난 우려가 이어지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약 2.6% 올라 배럴당 112달러를 넘겨 마감했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방문한 프랑스 파리에서 “G7과 다른 모든 동맹, 전 세계 국가가 제재 체제를 지켜 이란 전쟁기계에 자금을 대는 불법 금융을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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