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문제를 둘러싸고 삼성전자 노사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사측과 협상을 거듭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하면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한국 경제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인공지능(AI)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에서 대규모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한국 내 경제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총파업 가능성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일자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노사는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오전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원이 이날 삼성전자 측의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하면서 노조가 총파업을 진행하더라도 행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16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 등 2개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노조가 파업하더라도 안전보호시설과 웨이퍼(반도체 원판) 변질 방지 등 핵심 보전 업무는 평상시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또 초기업노조가 사업장을 점거하거나 근로자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노조가 이를 어길 경우 위반행위 1일당 노조는 1억원씩, 노조 지부장과 대행은 각 1000만원씩 삼성전자에 지급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노조 측은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21일 예정된 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핵심 쟁점은?
노조 측은 현재 성과급 체계가 불투명하고, 회사 실적에 비해 직원 보상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의 핵심 요구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 △'연봉 50%' 성과급 상한선 폐지 △성과급 제도화 등 세 가지다.
올해 삼성전자 예상 영업이익은 약 300조원 수준으로, 이 중 15%를 성과급으로 할당하면 반도체 임직원 한 명당 약 6억 원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은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면서 DS(반도체) 부문이 매출 및 영업이익 기준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경쟁사와 같거나 더 높은 수준의 '상한 없는 특별 포상'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쟁은 삼성전자 3대 노조(초기업노조·전삼노·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가 구성한 공동투쟁본부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나 비반도체 부문 조합원 중심인 동행노조가 반도체 부문 중심 노조 활동에 불만을 가지면서 탈퇴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에는 3대 노조와 사무직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 등 5개 노조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 중 최대 단일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지난달 조합원 7만여 명을 확보하며 과반 노조 및 근로자 대표 지위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구성원 절반 이상이 가입한 노조는 처음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요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임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성과급을 제공하면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 불을 붙였지만, 성과급에 대한 불만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 2024년 당시 삼성전자 최대 노조였던 전삼노는 삼성전자 창사 이래 임금 인상과 휴가 확대, 성과급 개선 등을 요구하며 창사 이래 첫 총파업에 나섰다. 하지만 참여 인원이 5000명 수준에 그쳐 생산 차질이 크지 않았던 첫 파업과는 달리, 이번에는 참여 인원이 최대 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가 커졌다.
'긴급조정권' 언급한 정부
정부도 이번 사태를 개별 기업의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삼성전자 노사 합의를 촉구하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며 "파업으로 웨이퍼 폐기가 발생하는 경우 피해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한국 수출의 약 23%, 전체 시가총액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경제의 핵심축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불러올 피해가 광범위하다는 지적이다.
김 총리는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 이어 김 총리까지 일종의 '최후의 카드'로 여겨지는 '긴급조정권'을 언급하자 파장이 컸다. 노조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지만, 고용노동부 장관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실제로 큰 경우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쟁의행위가 30일 동안 금지되고, 조합원들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다만 노조도 행정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튿날 이재명 대통령도 소셜 미디어 엑스(X)에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되어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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