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고일 사흘을 앞두고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지만 결론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향후 기업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69년 창사 이래 대표적 무분규 기업이던 삼성전자가 겪은 내홍의 대가는 예상보다 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18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재개했다. 사실상 총파업 전 마지막 대화다.
상황은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다. 수원지법은 이날 삼성전자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조 등을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노조의 파업권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쟁의행위 방식과 범위에는 법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한다.
정부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면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오전 SNS를 통해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본권도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위기 인식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노조는 총파업 카드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중노위 2차 사후조정 회의에 들어가며 "크게 말씀드릴 것은 없다"며 "어쨌든 왔고 2차 사후조정도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질문에는 별도 답변 없이 조정장으로 향했다.
파업 사태를 피하기 위한 사측과 정부 등의 노력과 별개로 삼성전자 조직 내 내분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반도체와 비(非)반도체 부문 간 갈등은 한 지붕 기업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전날에는 이송이 노조 부위원장이 노조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회사 없애자' '분사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캡처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확산되며 파문이 일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진의가 왜곡됐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사내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발언이 외부로 공개된 것 자체가 삼성전자의 조직 신뢰 훼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협상 결렬 시 중국 CXMT로 이직해 기술을 유출하자는 취지의 극단적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발언이 사내 커뮤니티에서 회자된 것만으로도 반도체 기업으로서는 심각한 경고음이라는 반응이다.
비반도체 노조의 기습 요구도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수원지부 등은 중노위 사후조정 과정에서 협력사에도 성과급 일부를 배분해야 한다는 요구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성과급 논의가 반도체 부문 임직원 보상 문제를 넘어 협력사 배분 문제로까지 확장되면서 협상 구조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요구해왔다. 산업계에서는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성과급이 사실상 준고정비로 굳어지고 국내 산업계 전반에 연쇄 파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리한 요구가 결국 파업 여부와 무관하게 조직 내부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파업을 막아도 문제가 끝나기는 어렵다고 본다. 노조 내부 강경 발언과 사내 분열이 외부로 노출된 이상 조직 통합력 회복이 더 큰 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양팽 한국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반도체 제조 공정상 한번 발생한 피해는 생산량과 수율 저하로 이어진다"며 "더 심각한 것은 장기적으로 신뢰도라든지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