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노화로 인한 정상적인 인지 능력 저하와 치매의 중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는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다. 이 시기에 뇌 기능의 급격한 퇴행을 막고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비약물적 요법이 주목받는 가운데, 자연환경을 매개로 한 치료 방식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과 경기도 포천시 보건소가 인지 저하 환자들의 정서 안정 및 뇌 기능 유지를 돕기 위한 '기억 이음' 프로그램을 18일부터 오는 9월 21일까지 공동으로 운영한다. 국립수목원 내 지정된 장소에서 2주에 한 번씩 월요일마다 총 10회차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정원치유'는 식물과 자연환경을 활용해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다각도로 회복시키는 요법이다. 이번에 적용된 모델은 국립수목원 연구진이 실제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을 관찰하며 도출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선행 연구를 통해 정원 활동이 우울증 완화는 물론 인지 능력 유지에 효과가 있음이 입증된 만큼 기관 측은 이번 현장 검증을 거쳐 맞춤형 모델을 향후 전국 단위로 확산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치유 과정은 시각, 후각, 촉각 등 다채로운 감각을 통합적으로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참가자들은 직접 씨앗을 뿌리고 흙을 만지며 물을 주는 일련의 생장 과정에 동참하게 된다. 이처럼 생명체를 돌보고 보살피는 활동은 환자 본인이 누군가의 보호를 받는 수동적인 존재에서 생명을 길러내는 주체적 역할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자존감 향상과 깊은 정서적 안정감을 부여하며, 식물의 다채로운 색감과 향기를 감각적으로 수용하면서 자연스러운 뇌 신경 자극을 유도하게 된다.
자신만의 작은 텃밭이나 화단을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배치하는 과정은 창의력을 요구하며 공간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낸다. 물을 주어야 하는 주기를 기억하고 식물의 미세한 변화를 관찰하는 행위 자체도 일상적인 기억력과 집중력을 훈련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이처럼 화단이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엮어내고 삶의 활력을 되찾아주는 의료 보조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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