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에 일부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반도체 공정 특성을 고려해 쟁의행위 중에도 웨이퍼 관리와 안전·보안 관련 업무를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조가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이번 결정이 막판 노사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수석부장판사)는 18일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낸 위법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노조 측에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쟁의행위 전 평상시 평일 또는 주말·휴일과 동일한 정도의 인력과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가 투입된 채 유지·운영되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삼성전자가 주장한 방재시설과 배기·배수시설 등을 노동조합법상 안전보호시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시설이 정상적으로 유지·운영되지 않으면 폭발사고나 유독가스 누출 등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웨이퍼 관리 업무 등도 쟁의행위 중 중단할 수 없는 보안작업에 해당한다고 봤다. 보안작업에는 설비 내부 배관 관리, 마스크 세정설비 약액 관리, 웨이퍼 배출·정체 관리, 공정 불량 모니터링 및 후속 조치, 인공지능(AI)센터 시스템 관리 업무 등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24시간 가동되는 연속순환 공정의 특수성과 웨이퍼 특성상 일정 시간 내 후속 공정으로 진행하지 못하면 웨이퍼 변질 위험성이 크다"며 "일시적인 가동 중단도 수율 저하와 설비 재가동 비용 등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웨이퍼 관련 작업이 적극적인 생산활동을 전제로 하는 작업이라고 하더라도 작업이 중단될 경우 노동조합법이 예방하고자 하는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 결과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이 신규 웨이퍼 투입 중단 등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파업을 할 테니 일을 덜 시켜라. 그러면 문제가 안 생긴다'는 취지"라며 "사용자의 조업계속의 자유와 사업수행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주장"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시설 손상이나 원료·제품 변질로 인한 생산 차질은 자동차·가전·정보통신 등 관련 산업 생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사후 금전배상으로 회복할 수 없는 현저한 손해 내지 급박한 위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최승호 지부장에 대해 시설 전부 또는 일부 점거, 잠금장치 설치, 근로자 출입 방해 행위도 금지했다. 다만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우하경 위원장 대행에 대한 별도 점거 금지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요청한 조합원 협박·파업 참가 호소 금지와 임직원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재판부는 결정 위반 시 간접강제도 명령했다. 안전보호시설·보안작업 유지 의무와 점거 금지 명령을 위반할 경우 노조는 위반행위 1일당 1억원, 최 지부장과 우 위원장 대행은 각각 1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번 결정으로 노조의 총파업 방식에는 일부 제약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핵심 공정 인력을 제외한 조합원들의 파업 자체까지 제한된 것은 아닌 만큼 생산 차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삼성전자와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 중재 아래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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