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반도체 장비 거래 시장에도 온라인 경쟁입찰 모델이 본격 도입되는 분위기다. 반도체 장비·부품 거래 플랫폼 ‘세미마켓(SemiMarket)’을 운영하는 서플러스글로벌이 첫 온라인 입찰 성과를 공개하며 기존 오프라인 중심 시장 구조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자사 반도체 장비·부품 거래 플랫폼인 SemiMarket을 통해 진행한 첫 온라인 장비 입찰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이번 입찰은 글로벌 OSAT(반도체 후공정 외주 생산) 기업이 보유한 중고 후공정 장비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기존 오프라인 또는 제한된 네트워크 기반 매각 방식과 비교해 글로벌 참여 기업 수가 늘었고, 장비 매각 가격은 약 70% 상승했다.
특히 한국·중국·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미국·유럽 등 주요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바이어 40여 개사가 참여했다. 서플러스글로벌이 지난 26년간 축적한 고객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경쟁 입찰 구조를 설계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반도체 장비 거래 시장은 전통적으로 제한된 네트워크와 오프라인 협상 중심 구조가 강했다. 특히 레거시(구형) 반도체 장비 시장은 정보 비대칭성과 가격 투명성 부족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장비 상태나 거래 조건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려워 거래 효율성이 낮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이번 성과 배경으로 글로벌 바이어 발굴 역량, 장비 정보 표준화, 투명한 입찰 프로세스를 꼽았다. 세미마켓은 장비 이미지, 제조사, 모델, 스펙, 거래 조건 등 핵심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제공하고 현장 검수까지 지원한다. 구매자는 보다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거래 여부를 검토할 수 있어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동일 조건 아래 다수 바이어가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구조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수요 기반 가격 경쟁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존 개별 협상 방식보다 판매자 입장에서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효과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 측은 AI 기반 추천 엔진도 성과 요인으로 꼽았다. 장비 수요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바이어를 발굴하고, 중고 장비와 부품의 상세 정보를 전달해 거래 가능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세미마켓은 단순 거래 플랫폼을 넘어 데이터 기반 후속 매각 구조도 구축하고 있다. 입찰 기간 동안 조회 수, 관심 품목, 참여 반응 등을 축적해 종료 후에도 실제 수요가 확인된 바이어에게 유사 장비 추천이나 재고 클리어런스 세일 등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현재 플랫폼에는 판매가 기준 약 1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장비·부품 정보가 등록돼 있다. 2000대 이상의 반도체 장비와 20만 개 이상의 부품 매물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시장 유통 장비뿐 아니라 가까운 시기에 공급될 예정인 장비 정보도 함께 제공된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올해 온라인 입찰 거래 목표를 2000만 달러 규모로 설정했다. 내년에는 5000만 달러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공정 장비, 후공정 장비, 반도체 부품 등 10여 건의 추가 온라인 입찰도 준비 중이다.
김정웅 대표는 “이번 성과는 반도체 중고 장비와 부품 시장을 온라인 거래 중심으로 혁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 고객 확보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온라인 거래 확산이 본격화되기 위해선 장비 상태 검증 신뢰성과 국제 거래 분쟁 대응 체계, 물류·설치 지원 역량까지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거래 투명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고가 산업 장비 특성상 현장 검증과 애프터서비스 중요성도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중고 장비 수요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 기반 거래가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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