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퍼블리싱하는 만쥬게임즈의 신작 판타지 월드 RPG '아주르 프로밀리아'의 첫인상은 잘 비빈 비빔밥 한 그릇이다. 원신의 오픈필드 탐험이 밥, 포켓몬의 생물 수집·테이밍이 나물, 팰월드·마인크래프트의 하우징·제작이 또 한 줌의 나물이다. 재료 하나하나가 신선하지는 않지만, 비빔의 균형 덕분에 첫 숟갈은 분명히 맛있다. 그리고 이 비빔밥의 결정적 '킥'은 맨 위에 얹힌 '매력적인 미소녀'라는 고추장 한 숟갈이다. 다른 재료의 익숙함을 단숨에 덮어 버리는 매운맛이자, 한 숟갈이 자꾸 들어가는 이유다.
한 그릇에 잘 비벼진 네 가지 재료
도입부에서 가장 먼저 손이 가는 부분은 주인공 커스터마이징이다. 엘프 귀, 눈동자 색상, 머리카락, 피부색, 코스튬 색상까지 세밀하게 손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꾸민 주인공이 모든 스토리 컷신에 그대로 등장한다. 1인칭 시점 대화 연출까지 들어가 있어, 시선 처리와 의상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반영되는 디테일이 몰입감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전투는 가벼우면서 손맛이 살아 있는 쪽이다. 마우스 좌클릭으로 기본 공격, 회피, 알파벳 키로 액티브와 궁극기를 발동한다. 노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적의 공격은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패링, 빨간색 표시는 시프트 키로 회피하는 식의 명확한 기믹이 들어가 있다. 적의 자세 게이지가 깨지는 '암호 격파' 상태에 진입하면 한 박자 더 큰 피해가 들어가며, R 키를 누르면 화면 전체가 시원하게 터지는 궁극기 연출이 펼쳐진다.
비빔밥에서 가장 독특한 재료는 파트너 생물 '키보'다. 필드 기믹 해결, 전투, 건설, 아이템 제작 등에 두루 활용되는 키보는 180종 이상이 인게임에 구현돼 있다. 야생 키보의 체력을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뜨린 뒤 G키를 누르면 '스타링크'라 부르는 테이밍이 발동한다. 보유한 스타링크 카드의 등급이 높을수록 성공 확률이 오르는 식이며, 전투 없이 카드로 바로 잡는 평화주의 플레이도 가능하다.
Q키로는 장착 중인 키보의 스킬을 끌어내 점프대 생성 같은 필드 퍼즐을 풀거나, 적의 암호 게이지를 단숨에 깎는 '키보 협동 스킬'을 발동한다. 같은 키보라도 포획 시 랜덤 옵션이 붙고 제작 효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존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장비 굴리기를 키보 파밍이 대체하는 구조다. 하우징 영역의 작업대·조리 냄비에 키보를 배치해 두면 생산 효율이 대폭 상승하는 파견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키보 위에 한 겹 더 얹힌 재료가 경작과 하우징이다. 자신만의 거점에 밭을 일궈 작물을 키우고, 수확한 식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캐릭터의 포만감을 채우거나 키보의 먹이로 사용하는 사이클이 굴러간다. 거점에는 용광로·제작대·조리 냄비 같은 시설을 배치할 수 있고, 키보를 시설에 파견하면 생산 효율이 대폭 상승한다. 광물·목재·식재료 같은 자원은 필드 곳곳에 흩어져 있어, 채집·채광 한 바퀴를 돌고 거점으로 돌아오는 마인크래프트식 동선이 그대로 살아 있다. 라이브 서비스 RPG에 팰월드·마인크래프트의 생활 콘텐츠가 통째로 들어와 앉은 셈이다.
탐험 동선은 원신 계열 공식을 빠르게 떠올리게 한다. 풀잎과 바람, 컷신 이후 '샤루루 마을'에 도착해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는 흐름, 절벽에서 굴러 내려가는 모션, 2단 점프, 캐릭터 선택의 남녀 주인공 구도, 맵을 밝히는 '성맥 노트' 시스템까지 골격이 익숙하다.
중반에는 MMORPG에 일대일 카드 대전이 얹힌 형태의 미니 콘텐츠가 등장하는데, 이는 1대 1 전략 대결 '키보 대전'에 해당한다. 적 진영을 향해 키보를 차례로 보내며 자원을 굴리는 방식이라, 액션 일변도에 머무르지 않고 손이 가는 콘텐츠 한 축이 더 붙는다.
'매력적인 미소녀'라는 '킥'이 비빔을 완성한다
비빔밥의 맛을 결정짓는 마지막 킥은 미소녀라는 고추장이다. 캐릭터 자체의 완성도는 호요버스의 원신, 시프트업의 니케 등 동급 화제작 어디에 비춰 봐도 오히려 더 앞서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시작 캐릭터인 우드 엘프 궁수 '심포리아'의 머리카락 흔들림, 곁을 둥둥 떠다니는 요정 '루미'의 표정 변화, 늑대족 사냥꾼 '테라라'의 입가에 어린 짐승 같은 디테일까지 화면 어느 구석에도 시선이 헛돈다는 인상이 거의 없다.
약점이 분명히 보이는데도 손이 계속 마우스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이 이 킥의 위력을 증명한다. 컷신이 시작될 때마다 캐릭터의 표정과 의상이 시선을 끌었고, 새 동료가 합류하는 장면마다 같은 일이 반복됐다. 늑대족 사냥꾼 '테라라'가 처음 등장한 장면, 어린 샤먼 '루루카'가 약 '두근두근 을령의 비약'을 건네는 장면, 별의 알에서 깨어난 '성림자'를 심포리아가 응시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다른 모든 재료가 평범해도, 킥 하나가 진해서 한 숟갈이 자꾸 들어가는 비빔밥인 셈이다.
더 들어가야 할 양념 일곱 가지
여기까지가 합격선이다. 그러나 양념이 부족한 자리도 분명히 화면 위로 떠오른다. 첫 번째 부족함은 '왜 굳이 이 비빔밥이어야 하는가'에 답하는 신선함이다. 호요버스의 어반 판타지 신작 '이환(異環)'이 도시 배경으로 기존 서브컬처 시장에 없던 결을 제시한 것과 달리, 아주르 프로밀리아의 정통 판타지 배경은 익숙한 카드에 머문다. 판타지를 고른 이상 더 환상적인 무대 장치나 발상이라는 참기름 한 방울이 따라붙어야 하는데, 화면에서 만나는 풀밭·유적·마을은 이미 여러 작품에서 본 풍경에 가깝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양념은 가이드와 콘텐츠 변주다. 레벨 16 전후 구간에서 메인 콘텐츠를 진행하려면 일정 레벨까지 키워야 한다는 안내만 떠 있을 뿐, 정확히 무엇을 어떤 순서로 해야 효율적인지 알려 주는 동선이 비어 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는 같은 지역에서 반복 전투를 돌리며 레벨을 채워야 하는 상황에 자주 놓인다. 라이트한 분재 게임 노선을 표방하면서도, 정작 초반 동선이 무겁게 굴러간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양념은 시스템 활용과 UI(이용자 환경)다. 9대 원소 속성이 캐릭터와 키보에 모두 부여돼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속성을 활용해야 유리한지 화면 안에서 직관적으로 풀어 주는 장치가 부족하다. UI도 스킬 트리·퀘스트·도감 등 정보량이 많은 데 비해 가독성이 떨어진다. 어디서 무엇을 눌러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한눈에 잡히지 않아, 처음 만지는 이용자는 메뉴를 뒤지는 시간이 길어진다.
여섯 번째 양념은 월드 디자인의 자기 모순을 메우는 것이다. 광활한 맵에 비해 워프 포인트가 턱없이 부족해, 키보를 탈것으로 활용해도 빈 필드를 가로지르는 시간이 길다. 가장 모순적인 부분은 비행 콘텐츠다. 글라이더 같은 비행 수단은 빠져 있고, 날 수 있는 키보 역시 초반 구간에서는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공중을 가로질러야 풀리는 점프·달리기 퍼즐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도구 없이 퍼즐을 마주하는 어색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일곱 번째는 더빙과 BM(비즈니스 모델)이다. 초반에는 일본어 더빙이 송출돼 미소녀 RPG 특유의 몰입감을 한 단계 끌어올리지만, 진행이 일정 구간을 넘어가면 음성이 사라지는 구간이 등장한다. 일부 장면에서는 더빙과 입 모양이 어긋나는 립싱크 문제도 확인됐다. 비즈니스 모델은 이번 CBT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만쥬게임즈와 넥슨이 정식 출시판에서 어떤 형태의 가챠(뽑기)와 천장(보장) 구조를 가져오느냐가 비빔밥의 뒷맛을 결정할 마지막 변수다.
종합하면 아주르 프로밀리아의 3시간은 한 줄로 정리된다. 미소녀라는 '킥' 하나가 다 했다. 해외 CBT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월드 아트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이 이어진 까닭이 화면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다만 식상한 판타지 배경, 레벨 제한으로 인한 스토리 허들, 직관적이지 않은 UI, 부족한 워프 포인트, 도구 없는 공중 퍼즐, 후반 더빙 공백, 그리고 BM이라는 일곱 가지 양념을 제대로 해결해야 맛있는 비빔밥이 완성된다. 킥은 이미 강하다. 2026년 정식 출시판이 그 킥을 받칠 양념을 어디까지 채우느냐가 흥행의 마지막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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