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엔 폐사체만 한가득"…소양호 덮친 '붕어 떼죽음'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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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엔 폐사체만 한가득"…소양호 덮친 '붕어 떼죽음' 원인은

연합뉴스 2026-05-17 08:00: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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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부터 집단 폐사 현상 발생…조업 중단에 어민 피해 눈덩이

수질 이상 없다더니…치사량 104배 황화수소 검출 '치명적 수준'

대통령도 원인 검토 주문…퇴적물 준설·수위 조절 등 해법 거론

폐사한 붕어의 아가미에서 나타난 백화현상 등 폐사한 붕어의 아가미에서 나타난 백화현상 등

[인제군 남면어업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산란기에 소양호 상류로 올라온 붕어들이 산란도 못 하고 다 죽었어요. 1년 소득의 절반을 이때 내는데 소득이 거의 없어요…"

한 달이 넘도록 붕어 폐사체가 가득한 그물만 걷어 올린 소양호 어민들의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3월 말부터 아카시아꽃이 피는 이맘때까지 붕어잡이가 한창인 시기지만, 4월 초부터 집단 폐사 현상이 나타나면서 어민들 모두 붕어 조업을 중단했다.

김영인 인제군 남면어업계장이 붕어 집단 폐사를 목격하고 군청에 알린 건 지난 4월 7일이다.

김 어업계장은 "붕어가 산란하고 난 다음에 죽는 경우는 있지만, 산란도 하기 전에 대기 장소에서 죽는 사례는 없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평리, 관대리, 신월리 등 소양호 상류에서 광범위하게 붕어 집단 폐사가 이어지는 상황.

인제군에서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수질검사에 나섰지만, '물질 검출 없음', '수질 매우 좋음'이라는 결과는 어민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민 1명이 통그물 형태의 각망을 이용해 일주일에 잡는 붕어는 어림잡아 900㎏. 붕어 1㎏당 5천원에 거래되는 점을 고려해 6주 치를 계산하면 약 3천만원에 이르는 소득이 허망하게 사라졌다.

소양호에 생계를 의탁하는 어민이 49명이므로 전체 피해는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어민들이 수거한 붕어 폐사체 어민들이 수거한 붕어 폐사체

[인제군 남면어업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쏘가리를 잡고 있긴 하나 붕어 집단 폐사 소식에 소양호 수산업계에서 소양호 물고기 자체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 주문이 폭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붕어뿐만이 아니라 뱀장어마저 잡는 족족 모두 폐사하고 있다.

"장어가 바늘을 문 상태에서 죽은 채 올라와요. 죽었으니 유통이 불가능하죠. 현재 잡는 물고기는 지자체에서 수매해주는 생태계 교란 어종밖에 없어요. 결국 소득이 거의 없는 상황이죠."

지금까지 폐사한 붕어와 잉어, 뱀장어 성체는 2t이 넘는다. 마릿수로 따지면 수만마리에 이른다.

김 어업계장은 "죽은 붕어들이 너무 많이 깔려 있어 어민들이 수거했다. 하루는 어선 3대가 나가서 4시간 동안 수거했는데, 200L짜리 통 3개를 채울 만큼 많았다. 같이 작업했던 공무원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수질은 이상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인제군과 한국수자원공사의 설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어민들은 직접 강원대 환경연구소 부설 어류연구센터 산학협력단에 분석을 의뢰했다.

구체적으로 집단 폐사의 원인이 녹조 또는 퇴적층에서 발생한 가스일 확률이 높다며 이를 분석해달라고 했다.

물가에서 붕어 폐사체 수거하는 어민들 물가에서 붕어 폐사체 수거하는 어민들

[인제군 남면어업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리고 최근 받아 든 분석 결과는 어민들의 의심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강원대 어류연구센터는 물고기 폐사 원인으로 '황화수소 중독 등 복합적 환경 스트레스'를 지목했다.

물 시료에서 황화수소가 1L당 최고 519㎍이 검출됐는데, 어류가 96시간 동안 노출됐을 때 절반이 죽는 농도가 5㎍/L인 점을 고려하면 무려 104배나 초과하는 '치명적인 수준'이다.

연구진은 저층 펄(저질)에 쌓인 다량의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황화수소가 저층수에 고농도로 생성됐고, 특히 봄철 수온 상승과 함께 생성된 황화수소가 붕어와 잉어의 호흡기를 손상·마비시킨 것이 직접적인 사인이라고 판단했다.

황화수소는 행정기관의 수질검사 항목에는 포함돼있지 않은 성분이다.

즉 일반적인 수질 지표 기준으로는 이상이 없으나 어민들이 의뢰한 분석 결과 어류 생존에 치명적인 환경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이 밖에 인산염 인 농도가 매우 높아 '과영양' 상태인 점도 '조류의 과대 번식→산소 고갈'로 이어져 어류 서식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소양호 상류 일대가 퇴적물이 쌓이기 쉬워 혐기성화(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를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어민들과 이춘만 인제군의회 의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기관은 '세균 또는 바이러스 감염 추정'이라는 모호한 단어 뒤에 숨지 말고 철저한 재조사와 객관적인 원인 규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또 내수면 어업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 보상과 생계 대책 마련, 소양호 수생태계 보존을 위한 근본적인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양호 붕어 집단 폐사 대책 촉구 기자회견 소양호 붕어 집단 폐사 대책 촉구 기자회견

[인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붕어 집단 폐사 소식을 접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원인 검토를 주문한 바 있다.

대통령의 주문에 이어 집단 폐사 현상을 두고 엇갈린 결과가 나온 가운데 김성환 장관은 지난 15일 소양호 상류 현장을 찾아 어민들, 각계 전문가, 관계 기관 관계자들과 정밀 조사와 대책 등을 논의했다.

그 자리에서 거론된 대책 중 많은 이가 공감한 건 '퇴적물 준설'이지만, 어민들은 퇴적물을 퍼내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광범위한 면적의 퇴적물을 퍼내는 게 쉽지도 않을뿐더러, 퍼낸다고 하더라도 몇 년이 지나면 재발할 우려가 있어서다.

어민들은 소양댐 방류를 통해 물이 흐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햇볕과 공기 접촉이 늘어나면 황화수소 발생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수위 조절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식수 공급·홍수 조절·가뭄 대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수자원공사에서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 또한 경험상 잘 알고 있다.

김 어업계장은 "어민 중에는 50년 넘게 내수면 어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도 있지만 이번 사태처럼 집단 폐사한 사례는 없었다"며 "저질에 쌓인 퇴적물이 썩는 게 한계치에 다다른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주변에서 격려도, 욕도 들었다는 김 어업계장은 "공무원들이 어민들 고충을 공감하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서 발견한 뱀장어 폐사 개체들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서 발견한 뱀장어 폐사 개체들

[인제군 남면어업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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