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래염전 자리에 들어선 이 공원은 이제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세상이 됐다. 소금기에 절어 아무것도 자라지 못할 것 같던 거친 땅이, 968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인 끝에 5월의 햇살을 머금은 푸른 휴식처로 거듭난 것이다. 47만 평에 달하는 이 거대한 자연 놀이터는 입장료 한 푼 없이 즐길 수 있어 주말이면 부모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로 가득 찬다. 60년 넘는 세월 동안 소금을 구워내던 폐염전의 흔적 위로 이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연초록 갈대 새순보다 환하게 피어난다.
살랑이는 갯바람을 맞으며 풍차 아래를 달리고, 하얀 소금을 직접 만져보며 자연을 배우는 시간은 도시 아이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5월 중순, 가장 보들보들한 초록빛을 띠는 소래습지생태공원의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968억 원 투입해 되살린 갯벌의 생명력
소래습지생태공원은 1934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1996년까지 소금을 생산하던 '폐염전' 부지에 세워졌다. 1970년대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천일염을 만들어내던 곳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며 한동안 버려진 땅으로 남겨졌었다. 인천시는 이 공간을 복원하기 위해 1999년부터 10년에 걸쳐 총 968억 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 결과 2009년 5월, 약 47만 평에 달하는 거대한 생태공원이 문을 열었다. 도심 바로 곁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서해안 갯벌의 본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60년 넘게 소금기에 절어 있던 땅이 이제는 수많은 동식물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생명의 땅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염생식물'과 갯벌 생물이 어우러진 산책로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과 이국적인 풍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히 5월은 갈대 새순이 돋아나 공원 전체가 연둣빛으로 물드는 시기다. 갈대 사이사이에 붉은빛을 띠는 '칠면초' 같은 '염생식물(소금기가 있는 땅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 군락이 자리 잡고 있어 계곡이나 산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갯벌 쪽으로 눈을 돌리면 살아있는 생태계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이곳 갯벌에는 게류만 해도 13종 넘게 살고 있는데, 썰물 때 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를 유심히 살펴보면 작은 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갈대밭 사이로 평평하게 닦인 산책로와 관찰 데크가 잘 연결되어 있어 아이들이나 어르신도 힘들이지 않고 자연을 관찰하기 알맞다.
직접 소금 만드는 재미, 온 가족 무료 체험
소래습지생태공원의 백미는 단연 '염전 체험'이다.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옛 염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에서 직접 소금을 거두어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봄 햇살이 내리쬐는 5월과 6월은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때로 꼽힌다.
체험 프로그램은 6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최소 2명 이상일 때 인터넷 사전 예약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 소금을 모으는 도구인 '대파'를 이용해 하얀 소금 결정체를 밀어보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교육의 장이 된다. 체험을 마친 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소래포구에 들러 제철 꽃게 등 싱싱한 수산물을 구경하면 하루 나들이 코스가 알차게 완성된다.
넉넉한 개방 시간과 실속 있는 방문 팁
공원은 오전 4시부터 밤 11시까지 연중무휴로 문을 열어두어 이른 아침 일출을 보러 오는 이들도 많다. 다만 실내 시설인 생태전시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문을 닫으니 주의해야 한다. 입장료는 없으며 주차 요금도 최초 30분에 300원 수준으로 저렴해 부담 없이 찾기 좋다.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할 수도 있지만, 생태계 보호를 위해 목줄을 반드시 착용하고 배변을 철저히 치워야 한다. 또한 염전 체험을 계획하고 있다면 진흙이 묻어도 괜찮은 장화나 아쿠아슈즈를 따로 준비해 가는 편이 낫다. 입장료 한 푼 없이 이토록 넉넉한 봄 풍경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소래가 시민들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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