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위클리 컬처] 5월 셋째 주 문화 3선...‘피어스’·‘Our [Moving] Images’·‘디아길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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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위클리 컬처] 5월 셋째 주 문화 3선...‘피어스’·‘Our [Moving] Images’·‘디아길레프’

투데이신문 2026-05-16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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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올해도 벌써 각종 보도에서 ‘역대급 더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5월은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 산뜻한 날씨를 누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분 좋은 날씨와 함께 문화예술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 주도 어김없이 ‘무엇을 볼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엄선한 문화예술 소식을 지금 바로 전해드립니다.


 영화 피어스

영화 <피어스> 스틸컷 [사진 제공=영화특별시SMC]
영화 <피어스> 스틸컷 [사진 제공=영화특별시SMC]

칼날 끝, 믿음과 의심의 수싸움

펜싱은 ‘몸으로 두는 체스’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상대의 유효 면에 먼저 칼끝이 닿게 한다는 규칙은 단순해 보이지만 고도의 심리전 속에서 승패가 갈리는데요. 피스트 위로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선수들은 자신의 의도는 철저히 감추고 상대의 의도를 읽어내며 가장 결정적인 타이밍을 포착해 공격하죠. 심리적·물리적 거리를 치열하게 조절하며 벌어지는 조용하면서도 치열한 이 싸움은 펜싱만이 가진 우아하고도 날카로운 매력입니다. 이러한 펜싱의 철학을 바탕으로 믿음과 진실을 추적하는 대만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영화 <피어스> 는 펜싱 선수인 형제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한때 대만 펜싱 3관왕으로 미래 유망주였던 형 ‘즈한’은 살인 혐의로 복역을 하게 됐는데요. 동생 ‘즈지에’는 그런 형의 결백을 확신하며 무너진 가족의 유대를 회복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수면 위로 드러나는 사실들은 형에 대한 ‘즈지에’의 믿음을 거세게 흔들어놓죠. 펜싱 피스트 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수싸움처럼 형제 사이의 신뢰와 의심은 영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영화는 2014년 타이베이에서 벌어진 지하철 무차별 흉기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당시 범인의 가족이 대중의 비난을 받는 와중에 형을 끝까지 지지했던 한 동생의 모습을 보며 넬리시아 로우 감독은 질문을 던졌죠. 그리고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오빠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고 전했는데요.

여기에 더해 감독의 독특한 이력 역시 영화의 진정성을 더합니다. 싱가포르 국가대표 펜싱 선수 출신인 넬리시아 로우 감독은 5년간 피스트 위를 누볐던 실전 감각을 영화에 녹여냈죠. 덕분에 영화 속 펜싱 장면은 심리 상태를 시각적 메타포로 대변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감독은 한국의 거장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봉 감독의 극단적인 클로즈업 샷을 오마주하며 심리 서스펜스라는 장르적 특성을 극대화했습니다.

믿음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날카로운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영화 <피어스> 는 메가박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시  Our [Moving] Images

전시 <Our [Moving] Images> 내부 [사진 제공=현대카드 스토리지]
전시 내부 [사진 제공=현대카드 스토리지]

부회장님의 미감이...

한국은 기업의 가치만큼이나 그 기업의 수장에 대한 관심 역시 높은 것 같습니다. 그가 든 가방부터 바른 립밤까지 대중의 시선이 머물곤 하는데요. 삼성의 고(故) 이건희 회장은 ‘문화 보국’의 정신으로 방대한 미술품을 수집하며 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었고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은 국내 와인 문화를 선도하는 전문가적 면모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기업 회장들은 비즈니스 현장뿐 아니라 취미 생활에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미적 감각을 드러내곤 하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역시 ‘사진’이라는 깊이 있는 취미 생활을 가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평소 SNS 등을 통해 감각적인 시선이 담긴 사진들을 공유해온 그가 이번에는 공식적인 전시 무대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현대카드의 디자인 철학이 녹아있는 공간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는 사진 전시를 열며 경영자 정태영이 아닌 작가 정태영으로서의 내밀한 미감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전시 는 정태영 부회장을 포함해 가수이자 배우 김도연, 광고 감독 Ray Yi, 사진작가 안주영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네 명의 작가의 시선을 한데 모았습니다. 이들에게 사진은 거창한 예술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기 이전에 삶의 틈새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기록이자 감각의 흔적에 가까운데요. 찰나의 순간을 위해 한 곳을 오래 응시하며 기다린 결과물들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가감 없이 보여주죠. 

피사체를 향한 집요한 시선과 그 끝에서 발견한 찰나의 미학을 담은 이번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위치한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이어집니다. 

 

 공연 디아길레프

뮤지컬 <디아길레프> 무대 사진 [사진 제공=쇼플레이]
뮤지컬 <디아길레프> 무대 사진 [사진 제공=쇼플레이]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완벽함’은 열정과 성장이라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강박과 불안이라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완벽함이 예술이라는 영역을 만날 때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대한 혁명을 목격해왔는데요.

20세기 초 고전 발레의 틀을 깨고 현대 무용의 혁명을 일으켰던 ‘발레 뤼스(Ballets Russes)’ 역시 한 인물의 완벽주의가 빚어낸 결정체였죠. 피카소, 샤넬 등과 협업하며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종합예술을 창시했던 발레 뤼스. 그리고 이 예술을 이끌었던 창시자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생애를 다룬 뮤지컬 <디아길레프> 가 관객과 만납니다. 

뮤지컬 <디아길레프> 는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예술적 집념과 고뇌를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그는 누구보다 예술을 사랑하는 동시에 예술을 위해 스스로를 기꺼이 불태운 인물이었는데요. “나는 누구에게도 흥미를 일으킬 수 없다. 흥미 있는 것은 나의 생애가 아니라 나의 과업이다”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로 그의 삶은 곧 예술 그 자체였죠. 

작품은 190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그가 ‘발레 뤼스’를 통해 예술적 정점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갑니다. 디아길레프는 무용수 니진스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등 각 분야의 ‘괴물 같은 천재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재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누구도 보지 못한 파격적인 무대를 완성해내는데요. 하지만 화려한 성공 이면에 가려져 있던 완벽을 향한 집착은 대립과 균열을 불러오며 극의 긴장감을 더합니다.

이번 작품은 ‘인물 뮤지컬 3부작’ 프로젝트 중 하나로 <니진스키> 와 <스트라빈스키> 와 서사를 공유하며 더욱 입체적인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각 인물의 시각에 따라 동일한 사건이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는지 살펴보는 것은 이 연작 뮤지컬만이 가진 독보적인 매력이죠.

예술을 위해 영혼까지 바쳤던 디아길레프의 치열한 기록을 마주할 수 있는 뮤지컬 <디아길레프> 는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예스24아트원에서 오는 6월 14일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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