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부쩍 올라 초여름 기운이 감도는 5월 중순이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시기지만, 주방 한쪽 김치냉장고의 고민은 오히려 무겁다. 지난겨울 정성껏 담근 김치가 알맞게 익다 못해 점차 시큼해지면서, 문을 열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톡 쏘는 악취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냄새를 만드는 입자가 더 활발하게 움직여 냉장고 안 공기가 금세 탁해진다. 이 냄새를 그대로 두면 옆에 둔 채소나 과일로 향이 번져 식재료 본연의 맛을 망치거나, 냉장고 벽면에 냄새가 아예 배어버릴 수 있다. 비싼 탈취제를 사러 나가기 전, 우리 집 주방에 있는 재료만으로도 코끝을 괴롭히는 김치 냄새를 깔끔하게 잡아줄 비결을 정리했다.
'베이킹소다'로 냄새 원인 물질 분해
흰 가루 형태인 '베이킹소다(탄산수소나트륨)'는 알칼리 성질을 띠고 있어, 김치가 시면서 생기는 산성 악취를 화학적으로 맞서 없애는 데 효과가 좋다. 향기가 나는 방향제는 냄새를 잠시 덮어둘 뿐이지만, 베이킹소다는 냄새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직접 잡아내기 때문에 뒤끝이 깔끔하다.
효과를 보려면 먼저 입구가 넓은 용기에 베이킹소다 가루를 듬뿍 담아 냉장고 구석에 두어야 한다. 공기와 맞닿는 면이 넓을수록 더 많은 냄새 입자를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루가 냉장고 안의 습기를 먹어 딱딱하게 굳으면 힘이 약해지므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새 가루로 교체해 주는 과정이 중요하다.
가루를 놓아두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베이킹소다를 녹인 물로 내부를 직접 닦아보자. 따뜻한 물에 베이킹소다를 풀어 마른 수건에 적신 뒤, 선반 구석구석과 벽면을 닦으면 표면에 박힌 찌든 냄새까지 걷어낼 수 있다. 닦은 뒤에는 깨끗한 마른 천으로 물기를 한 번 더 닦아내야 내부가 눅눅해져 곰팡이가 생기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탄 식빵'의 미세 구멍 활용하기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먹다 남은 식빵도 훌륭한 청소 도구가 된다. 식빵을 자세히 보면 표면에 아주 작은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다. 이 구멍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냄새 입자를 물리적으로 가두는 '그물' 역할을 한다. 특히 식빵을 프라이팬이나 토스터에 검게 탈 정도로 바짝 구우면 탄소 성분이 많아져서 마치 '숯'처럼 냄새를 빨아들이는 힘이 몇 배나 세진다.
까맣게 구운 식빵은 알루미늄 포일로 감싼 뒤, 젓가락이나 뾰족한 도구로 포일 표면에 구멍을 여러 개 뚫어준다. 이렇게 만든 식빵 뭉치를 냉장고 칸마다 하나씩 넣어두면 된다. 알루미늄 포일은 식빵 가루가 선반에 떨어져 지저분해지는 것을 막아주고, 뚫어놓은 구멍 사이로 공기가 드나들며 악취를 제거한다.
식빵 역시 냉장고 안의 수분을 계속 빨아들이면 곰팡이가 피어 오히려 위생을 해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일주일마다 상태를 살피고 식빵이 눅눅해졌다면 바로 새것으로 바꿔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고무 패킹 청소와 밀폐 용기 점검
아무리 좋은 탈취제를 써도 냄새가 생기는 원인을 뿌리 뽑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곳은 냉장고 문 틈새에 붙은 고무 패킹이다. 김치를 넣고 뺄 때 고무 사이에 김치 국물이 조금이라도 묻으면 그곳에서 미생물이 자라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소주나 식초를 묻힌 헝겊 혹은 면봉을 이용해 고무 틈새를 꼼꼼히 닦아내면 찌든 때와 균을 동시에 없앨 수 있다.
김치를 담아두는 통 자체의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도 빠져선 안 된다. 김치통 뚜껑이 열에 의해 뒤틀렸거나, 테두리에 달린 실리콘이 낡아 헐거워지면 냄새가 밖으로 줄줄 새어 나온다. 통이 꽉 닫히지 않으면 악취 문제뿐만 아니라 외부 공기가 들어가 김치 맛이 금방 변하고 물러지기 쉽다. 뚜껑을 닫았을 때 고정 장치가 힘없이 풀린다면 새 용기로 교체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말린 커피 찌꺼기도 큰 도움이 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카페에서 얻어온 찌꺼기는 수분을 머금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상태로 냉장고에 넣으면 며칠 만에 썩어버린다. 커피 찌꺼기를 쓸 때는 반드시 햇볕에 바짝 말려 보슬보슬한 가루 상태로 만들어 써야 역효과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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