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김영일 기자 | 김리원작가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개최되는 2026 제5회 서울아트페어에 AN갤러리와 함께 참여한다. 올해 행사에는 '작가 중심'이라는 취지 아래 예술가와 관람객이 소통하며, 전시의 틀을 넘어선 예술 교류의 공간이 마련된다.
서울아트페어 2026 현장은 수많은 작품과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화려한 색채와 거대한 조형물, 빠르게 변화하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이 오래 머무는 공간이 있었다. 바로 김리원 작가의 부스다.
K-ART 해외판매 신화로 불리는 현장에서 만난 김리원 작가는 특유의 차분한 말투로 자신의 최근 작업 세계인 ‘케렌시아(Querencia)’ 시리즈를 소개했다. 그는 “그동안 10여 년 넘게 자가치유(Self-Healing)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면, 지금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내면 돌봄의 개념으로 확장된 ‘케렌시아’ 시리즈를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 앞에 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강한 자극보다 ‘머무름’의 감각이다. 화면은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고, 감성적이지만 지나치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람객 각자가 스스로의 감정과 기억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김리원의 작업은 오랜 시간 ‘자가치유’라는 개념에서 출발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작업은 단순히 상처를 회복하는 차원을 넘어, 현대인이 자기 안에 머물 수 있는 심리적 공간 자체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케렌시아’다.
스페인어로 ‘안식처’를 의미하는 케렌시아는 투우장에서 황소가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김리원은 이 개념을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 감정의 피로 위에 연결한다.
끊임없이 연결되고 소비되는 시대 속에서 인간은 오히려 더 깊은 외로움을 경험한다. 김리원의 작업은 바로 그 시대적 감각을 시각화한다. 그의 화면은 단순히 예쁜 그림이 아니라, 지친 감정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심리적 풍경처럼 다가온다.
현장 인터뷰에서 김리원은 세계 여러 나라의 아트페어 경험에 대해 “다년간 개인전과 그룹전, 대형 아트페어를 꾸준히 이어오며 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도전했던 과정들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 아트페어에서도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가다. 흥미로운 점은 김리원의 작업이 하나의 스타일에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은 시기마다 변화의 폭이 크다. 이에 대해 그는 “십여년 동안 자가치유 시리즈를 이어오며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돌봄, 미래지향적 내면 치유로 확장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리즈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 변화의 배경에는 동시대 문화와의 적극적인 결합도 있다. 브랜드, 기업, 셀러브리티와의 협업은 그의 작업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었다. 그는 “콜라보 작업들이 다양해지면서 제 작품과 결합된 새로운 창의적 예술품들을 선보일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리원의 최근 작업은 단순한 회화를 넘어 공간과 브랜드, 영상과 감각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오늘날 미술이 더 이상 순수 회화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대미술은 이제 감정과 라이프스타일, 기술과 브랜드 경험까지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리원은 그 흐름 속에서 감성적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시대와 호흡하는 작가다.
특히 그의 작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감정의 번역’이다. 앞서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언노운바이브 아트페어에서 김리원은 청각장애인 가족의 사연을 작품으로 연결한 프로젝트를 선보인 바 있다.
그는 렌티큘러 기법을 통해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변화하는 작품을 제작하며, 감각의 차이와 인간 관계의
이해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하나의 이미지가 고정된 의미를 갖지 않듯, 인간의 감정과 관계 역시 하나의 방식으로만 해석될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그 프로젝트에서 김리원은 “예술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장은 그의 작업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화려한 조형적 실험보다 사람의 감정 가까이에 머문다. 현대미술이 지나치게 개념과 시장 중심으로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김리원의 작업은 다시 인간의 감정과 치유, 관계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서울아트페어 현장에서 만난 그의 작품들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현대인은 어디에서 안식을 얻을 수 있는가. 그리고 예술은 그 안식의 공간이 될 수 있는가. 김리원은 거대한 담론보다 조용한 감정의 결을 선택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강하게 외치기보다 오래 남는다.
현장 인터뷰 말미, 그는 한국 작가들의 세계 진출에 대해 “지금은 K-아트와 다양한 문화에 대해 세계가 마음을 열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도전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김리원의 행보는 단순한 해외 진출 사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는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 시장 안에서 어떻게 감정과 서사, 치유의 감각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의 화면 속 ‘케렌시아’는 단순한 회화 시리즈가 아니라,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하나의 조용한 쉼표처럼 보인다.
김리원작가는 현재 한국타이어와의 협업전시가 진행중이며 곧이어 열리는 뉴욕 포커스 아트페어 참여와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전시 등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젝트 일정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편, 올해 서울아트페어는 신한은행이 메인스폰서로 참여하고, 지드래곤이 설립한 저스피스재단의 특별 부스 등 다채로운 기획전이 함께 열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금융과 미술,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을 잇는 새로운 시도의 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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