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글로벌 K팝 팬덤의 집결지이자 국가 문화 산업의 핵심 기초체력의 산실인 남산 한복판이 탐욕스러운 ‘건물 숲’에 포위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자유총연맹(이하 연맹)이 핵심 인프라 코앞에 무리한 상업 개발을 고집하며, 땀 흘려 일군 산업 생태계에 뼈아픈 모순을 야기하는 작금의 사태를 가늠케 한다.
최근 명동 일대에서 취재진과 만난 복수의 K팝 기획사 대표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연맹이 월드케이팝센터(이하 센터)와 맞닿은 약 8,100㎡ 부지에 주거 시설과 오피스텔 등을 올리는 맹목적인 개발 계획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장의 거센 반발은 개발 표적이 된 부지 일대가 지닌 남다른 상징성과 직결된다. 지척에 자리한 센터는 연간 2000여 명 이상의 해외 인재가 모여드는 글로벌 교육 거점이자, 전 세계 독점으로 ‘ISO/IEC 17024 K팝 자격증’ 연수기관으로 지정된 핵심 공간이다.
이처럼 막대한 유무형의 가치를 지닌 K팝 생태계를 곁에 두고도, 연맹은 오직 매년 수십억 원의 임대 수익을 챙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연맹이 센터 인근에 위치한 ‘크레스트72’ 등을 통해 웨딩 및 대관 사업으로 이미 쏠쏠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대관 수익에 만족하지 못하고 핵심 인프라 주변까지 시멘트 숲으로 둘러버리려는 탐욕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앞서 연맹은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게 발전기금 500억 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르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연맹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전산업개발에 관련 일감마저 몰아주려 했다는 특혜 의혹까지 더해졌다. 50년간 매년 최소 30억 원 이상의 토지사용료를 챙기는 것은 물론, 곁가지 수익까지 독식하겠다는 치밀한 부동산 셈법을 꺾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막무가내식 행보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역설적이게도 정부의 막대한 예산 지원이다. 연맹은 매년 100억 원 이상의 국고 지원을 받는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특히 2023년 지원 예산이 대폭 증액되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남산자유센터 부지 일부 리모델링 및 임차 명목으로 최소 640억 원의 혈세를 투입하기로 결정한 사실까지 예산의 흐름이 연계되며 엇박자 행정 논란은 정점에 달했다.
이에 문체부 측은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해당 예산은 예술단체 창제작공간 조성을 위한 오랜 숙원사업일 뿐, 연맹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주차장 부지 개발과는 무관하다"며 철저한 행정적 선 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주무 부처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싸늘한 여론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보조금과 막대한 예산 지원이 연맹의 재무적 기초체력을 불려주어, K팝 성지를 옥죄는 상업 개발을 강행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했다는 본질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방위적 비판 속에서 연맹 측은 이전 경영진이 남긴 재무적 부담 탓에 개발 기조를 철회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 연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전 임직원들의 무리한 토지 매입 등으로 매일 100~200만 원의 이자 부담이 발생하고 있어 개발을 전혀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계약 업체는 취소됐지만 개발이라는 기본 기조 아래 여러 후속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베일에 싸였던 행안부 특별감사에 대해서도 "일부 결과가 나와 관련자 징계 및 퇴사 조치가 진행 중"이라며 전 정권 당시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관련한 내부 쇄신 절차를 밟고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과거의 재무적 오판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지라도, 그 해결책이 국가적 K팝 인프라를 시멘트 숲으로 덮어 임대 수익을 내는 방식이라면 대중과 산업계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관련자 징계를 통해 구태를 일소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나, '부동산 상업 개발'이라는 핵심 뇌관을 포기하지 않는 한 K팝 생태계를 옥죄는 희망고문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법 예산 및 문화 산업에 밝은 한 전문가는 “이재명 정부가 ‘K컬처 300조 원 시대’를 목표로 전력을 다하는 마당에, 단체의 재무적 손실을 메꾸기 위해 글로벌 인재 육성 거점의 생태계를 훼손하는 것은 국가적 자충수”라며 “내부 징계와 쇄신에 그칠 것이 아니라, 부동산 수익에 기대어 온 낡은 관행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 K팝 산업의 기초체력을 온전히 보존할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일갈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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