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이 2030년 약 13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자 국내 제약 · 바이오 기업들도 신약 개발과 대량 생산 체계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GLP-1은 식욕을 줄이고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관련 치료제가 큰 체중 감량 효과를 내세우면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현재 이 시장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가 대표적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는 지난해 약 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1.5배 이상 성장했고, 일라이릴리도 마운자로 · 젭바운드 판매 확대로 실적이 급증했다. 두 회사 모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생산설비 확충에 나선 상태다.
국내 기업들의 전략은 크게 두 갈래다. 종근당과 동아쏘시오그룹, 대웅제약은 각각 GLP-1 기반 파이프라인 확대, 펩타이드·올리고 플랫폼 고도화, 다중 작용 기전 후보물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GLP-1 포함 4중 작용 주사제 'CT-G32'와 경구용 다중 작용제를 동시에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CT-G32는 2027년까지 국내외 규제 당국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약보다 더 치열한 '생산 · 공급망 전쟁'
그러나 업계가 주목하는 진짜 승부처는 따로 있다. GLP-1 계열 치료제는 고도화된 펩타이드 합성 기술과 대규모 설비, 엄격한 품질관리를 동시에 요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 수요를 겨냥해 위탁개발·생산(CDMO)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한국이 CDMO 경쟁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설비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인력의 전문성과 공정 안정성, 미국 FDA와 유럽 EMA로부터 검증된 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이력은 글로벌 빅파마가 한국 생산기지를 주목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원료 합성부터 완제의약품 충전 · 포장, 글로벌 물류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누가 먼저 완성하느냐가 경쟁의 핵심이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바이오의약품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연구개발 ·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최대 15%까지 확대했다. 인허가 · 임상 행정 절차 단축을 병행 중이며, 송도와 오송 등 주요 바이오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생산단지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인프라 확충을 바탕으로 미국·유럽 빅파마의 비만 · 당뇨 파이프라인 생산 물량의 국내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헬스 수출은 최근 150억 달러 안팎으로 늘었고, 의약품 수출 증가율도 연 20%를 오르내리고 있다.
과제는 분명하다. 이미 두 공룡이 장악한 시장에서 단순 추격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막대한 임상 비용과 건강보험 급여 규제, 글로벌 유통망 구축이라는 3중 장벽도 여전히 존재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제조 역량과 플랫폼 기술, 글로벌 CDMO 네트워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바이오가 진정한 포스트 반도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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