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동 품은 한국육영학교 특수교사들 "열정·사명감뿐"
학생들 사회적응 도우려 위험 무릅쓰고 학교밖 체험학습 늘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 펼쳐진 지난 14일 오전 9시 20분께 교정이 '까르르'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해졌다. 교실 안에 있다 하나둘 교정으로 나온 학생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인솔 교사들의 양손을 꼭 부여잡고 종종걸음을 옮겼다.
초등 저학년인 어린 학생들이 들뜬 건 이날이 학교 밖에서 진행하는 현장체험학습 날이었기 때문이다. 행선지는 경기 양평군의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날씨도 마침 화창한 가운데, 주차된 버스가 눈앞에 보이자 한껏 신난 아이들의 몸짓이 더욱 커졌다.
그럴수록 교사들은 분주해졌다. 학생들을 인솔하느라 여념이 없는 교사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지만, 한편으론 긴장된 기색도 보였다. 교실에서 버스까지는 고작 200∼300m 거리였지만, 교사들은 탑승할 때까지 학생의 손을 꼭 잡은 채 침착하게 인솔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한국육영학교는 서울 송파구 내 유일한 사립 특수학교다. 현재 정서·행동장애, 자폐성 장애 등 발달장애 아동 194명이 재학 중이다. 발달장애 아동은 환경 변화나 소음 등 자극에 예민하다. 그런 만큼 익숙하지 않은 공간으로 나서는 현장체험학습은 교사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라고 한다.
박문기 교장은 "학교 밖엔 변수가 많아 아이가 돌발적으로 반응하면 (교사가) 피부를 긁히거나 머리를 맞아 뇌진탕을 겪기도 한다"며 "학생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자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없도록 (교사들이) 주의를 떼지 않고 전부 챙겨봐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설문조사에서 참여 교사 956명(특수학급 담당 782명·특수학교 교원 174명) 중 98.5%가 현장체험학습 도중 사고 위험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수학급의 현장학습 진행 시 '안전사고 가능성이 매우 두렵다'고 답한 비율도 65%에 달했다.
이같이 구조적으로 일반 학교보다 돌발 사고 가능성이 크지만, 박 교장은 학생들의 '학교 밖 활동'을 권장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 학교는 이날 하루에만 4종의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했다. 인근의 안전체험교육관을 비롯해 학년에 따라 행선지가 다양했다.
이는 교사들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박 교장은 전했다. 발달장애 아동의 야외 활동이 잦으면 사고 방지 등 부담이 가중되고 때로는 다치는 일도 있지만, '소풍'의 교육적 효과는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게 교사들의 평가다.
20년 경력의 한 특수교사는 "결국 살아갈 곳은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라며 "우리 아이들의 사회적 경험은 비장애 학생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인위적이라도 바깥을 꾸준히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키오스크로 햄버거 하나 주문하는 것도 아이들에겐 도전인데, 현장체험학습 도중 한 번이라도 성공하면 정말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육 방식이 학교 밖 세상을 몸으로 느끼는 현장체험학습이어서 교사들은 이를 지원해 주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한다. 고등부 담당 교사는 "지난해 한 학생은 체험학습 닷새 전에 발송한 안내문을 내내 간직하고 있다가, 당일 버스에 타는 순간에 다시 내밀 정도로 좋아하곤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학교 교사들은 현장에서의 인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력 지원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법상 특수학급 1곳에 배치할 수 있는 학생은 유치원 최대 4명, 초·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 이하이지만, 현실에서는 상당수 학급이 과밀 상태라 체험학습에 나설 때마다 교사의 피로도도 크다고 한다.
10년 경력의 초등부 담당 교사는 "특수교사는 열정과 사명감뿐"이라며 "특수학교는 '제자'라는 개념도 없다. 아이들은 졸업하면 다 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날 기억하지 못해도, 스승의날이라고 찾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졸업 후 복지관 등에서 잘 지내고 있는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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