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조선시대 학자의 철학이 담긴 고문서부터 17세기 불화, 고려시대 금동보살상까지 지역에서 오랜 세월 전해져 내려온 유물들이 새롭게 조명받는다. 문중 서원이나 사찰 전각에 보관돼 오던 옛 기록과 예술품들이 꾸준한 학술 조사와 고증을 거쳐 마침내 문화유산 지정 절차에 들어갔다.
13일 경상남도에 따르면 산청과 양산, 합천 지역에 위치한 주요 역사 유물 세 건을 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 대상 목록에는 산청 덕천서원이 보관해 온 남명 유물 일괄을 비롯해 양산 신흥사 대광전의 삼관음보살벽화, 합천 해인사 고불암의 금동보살좌상이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 한 달 동안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산청 덕천서원은 평생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실천적인 학문을 추구했던 조선 중기 학자 남명 조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창건된 곳이다. 앞쪽에 학문을 닦는 공간을 두고 뒤쪽에 제사를 지내는 사당을 배치한 구조로, 17세기 초 국가의 공인을 받은 사액서원으로 지정됐다. 이곳에 남은 유물 일괄은 조식 선생의 사유 체계를 집 구조에 비유해 그의 실천 철학인 경(敬)과 의(義)를 보여주는 '신명사도'를 포함한 다섯 종류의 문헌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울러 서원을 거쳐 간 유생과 임원진의 명부, 조식을 문묘에 배향하기 위해 추진했던 명예 회복 운동 관련 기록 등은 당시 학파의 동향과 사회상을 파악할 수 있는 사료다.
종교적 예술품 두 건은 미술사적 발자취를 지닌다. 양산 신흥사의 대광전 후불벽 이면에 그려진 벽화는 17세기 후반의 것으로, 검은 밑바탕 위에 하얀 선만으로 세 명의 관음보살을 묘사한 전통 선묘불화 기법을 보여준다. 조선 전기 선묘불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선묘 관음벽화이자 물고기가 담긴 바구니를 든 어람관음 형상이 담긴 최초의 관음삼존 벽화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크다.
합천 해인사 고불암의 금동보살좌상 또한 14세기 고려 후기 보살상 특유의 조형미를 간직하고 있어 불교 조각사 연구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사찰의 깊숙한 전각이나 문중 서원에 보관된 유물들은 외부 노출 빈도가 낮아 기초적인 실태 파악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정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문헌 간의 교차 검증은 물론이고, 현대 과학 장비를 동원한 연대 측정과 정밀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긴 시간 동안 축적된 비교 연구와 엄격한 고증 절차를 거쳐야 지정 예고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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