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용인 권숙자 안젤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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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용인 권숙자 안젤리미술관

경기일보 2026-05-14 16:44: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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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숙자 안젤리미술관은 2015년도에 용인시 처인구에 개관했다. 안젤리는 이탈리어로 <천사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미술관 전경. 윤원규기자

 

호수를 품에 안은 동산을 배경으로 잔디가 곱게 자란 대지 위에 들어선 안젤리미술관(관장 권숙자)에도 봄볕이 가득하다. 용인시 처인구 용덕저수지 옆에 자리 잡은 안젤리미술관은 미술관 건물 자체가 ‘설치미술’이라 할 만큼 예술적이다.

 

■ 다시 피어나는 시간, 꽃 피는 돌

청동 사슴 장식이 달린 대문을 열고 전시실에 들어서니 시야가 환해진다. 봄날의 화사한 꽃밭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차주희 작가의 특별개인전 ‘다시 피어나는 시간’에 등장하는 꽃들이 밝고 따뜻하다. 장미꽃을 그린 듯싶은 작품의 이름이 ‘피어난 시간’이다. 역시 꽃을 그린 다른 작품은 ‘남겨진 온기’란 이름을 가졌다. ‘그리움의 정원’이란 작품을 응시하니 꽃밭 혹은 정원이 점점 추상으로 변해간다. 이럴 때는 작가의 말을 듣거나 작가 노트를 펼쳐봐야 한다.

 

“나의 작업은 스러진 시간의 잔해 위에서, 다시 피어오르는 생의 숨결을 더듬는 일이다.” 자리를 옮겨 표현 방식이나 색깔과 구성이 전혀 다른 두 작품 앞에 선다. ‘시간 여행’과 ‘온기가 흐르는 길’이다. 작가 노트와 그림을 번갈아 살펴본다. “나는 그 희미한 전환의 순간 속에서 가장 연약하면서도 가장 단단한 생명의 떨림을 끝내 그려내고자 한다.”

 

최영진 작가의 ‘꽃 피는 돌’은 관람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작가 노트를 열고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나의 작업은 시간의 층위 속에 퇴적한 생의 중심, 즉 자아를 괴석의 형상에 투영하는 심상화의 과정이다.” 발길은 자연스럽게 ‘결’이라는 작품으로 향하고 있다.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처럼 여러 겹의 선이 파문처럼 번지게 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살펴보니 그것은 손가락의 지문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 아래로 수선화처럼 하얀 꽃들이 서른 송이쯤 피어 있다. 파란 괴석에 커다란 꽃 두 송이와 소년과 여우가 있다. 그렇다면 저 푸른 돌은 어린 왕자가 사는 B612 소행성이겠다. 그림 제목을 ‘꽃이 소중한 이유’라 붙인 까닭이 문득 궁금해진다. 소행성을 다시 보니 사람의 심장을 닮았다. 정보를 더할수록 대상을 달리 보이게 하는 작가의 솜씨가 훌륭하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두 청년 작가는 미술관과 어떤 인연을 가졌을까. 권숙자 관장이 그 궁금증을 풀어준다. “안젤리미술관은 전국 대학과 대학원 우수작가(청년작가 발굴보고전)를 통해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후원해 예술가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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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우 작가가 관객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 부활-피어나는 삶

2026년 부활절 기획전 ‘부활-피어나는 삶’에 참여한 작가는 강리나를 비롯해 25명이나 된다. 작가들이 부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했을까. 권 관장의 작품은 얼마간 응시하면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백합화가 피어나는 화분에 남녀가 두 손을 맞잡고 있다. 첼로에 누운 남자의 몸짓이 편안하다. 여자는 권 관장이고 남자는 저세상으로 떠난 음악가 남편이겠다. 작품 제목이 ‘안젤리 성 이야기-그 나라에서도 연주하겠지요’다. 폐담배를 수거하고 정화해 십자가로 탄생시킨 박태규 작가의 ‘재:부활’과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에 꽃 그림을 그리고 ‘사랑가[붉은꽃]’란 이름을 붙인 양상훈 작가의 작품 등 부활을 회화와 조각, 도자기로 표현한 다양한 작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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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뒤뜰에 펼쳐진 잔디밭에서는 각종 행사가 진행되며 평소에는 아이들이 뛰놀기 좋다. 윤원규기자

 

■ 안젤리 성 이야기

안젤리미술관은 성실하고 부지런하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2025년의 전시는 아주 풍성했다. 몇 가지만 되짚어본다.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열린 ‘상상 속으로의 여행’은 국제현대미술관(관장 박찬갑)이 소장한 33개국 작가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였다. ‘권숙자 개인전-안젤리 성城 이야기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로’는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학 미술 교수로 해외에서도 활발히 작품 활동을 펼쳤던 권 관장의 다채로운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1977년 제작한 ‘삶’은 포장마차를 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사실적이다. ‘우울을 잊는 우망’(1991년)에 등장하는 백로는 오랜 관찰 끝에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1998년 제작한 ‘평화 나누기-청덕리에서 봄을 맞이할 때’라는 작품에 시선을 고정한다. 사슴과 벌거벗은 사람이 자연 속에서 어울리는 것을 보니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에덴동산이다. 천과 종이는 물론이고 단추와 철망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한 입체적인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젤리 성 이야기-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는 더욱 선명하게 주제를 녹여낸다. ‘안젤리 성 이야기’ 연작에 등장하는 작품의 제목은 시적이다. ‘우리 서로 사랑하리’, ‘행복한 정원’, ‘비비추 사랑’, ‘청순한 사랑’, ‘햇살 나린 상록수 나무 아래 평화로운 젤라와 첼로’, ‘네 나라의 향기 초롱꽃 아래 외로운 비올라 까치를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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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우 작가가 관객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 열 그루의 나무에 달린 3천650개의 ‘문화의 등불’을 밝히며

안젤리미술관은 겨울부터 봄까지 부지런하게 달려 왔다. 2025년 12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안젤리미술관은 불우한 이웃과의 동행을 위한 ‘1004 아름다운 동행 자선전’을 마련했다. 대중과의 소통, 소외계층 사랑, 작가와의 교류를 목적으로 작가들이 열정을 다해 제작한 작품을 특가로 판매하는 행사였다. “소외계층에 관심과 사랑을 전하는 것은 예술가의 보람과 가치를 지니는 또 다른 존재의 의미일 것입니다. 선한 나눔으로 내 존재의 가치를 지니면 좋지 않겠어요.” 올봄도 부지런히 달렸다. 3월 한 달 동안 ‘청년수상작가 특별전’을 열었고 4월에는 2026년 부활절 특별기획전 ‘부활-피어나는 삶’을 진행했으며 5월부터는 ‘차주희 특별개인전’과 ‘최영진 특별개인전’을 열었다.

 

권 관장은 많은 사업 중에서도 장애인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인 ‘나도 할 수 있어요’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미술을 통한 신세계를 만나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미술관 인근에 서울시립 영보자애원이 있다. 영보자애원에서 ‘리프트 카’를 구입하기 위한 ‘자연으로의 회귀전’에 미술관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한 것이 인연이 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2023년 ‘아름다운 동행 100인 자선전’을 기획하게 된다. 이 사업은 ‘대중과의 소통, 작가와의 교류, 소외계층 사랑’을 목적으로 한 자선전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한 화가들의 작품을 특가로 판매해 수익금을 자애원에 기부했습니다.” 이 기획은 2024, 2025년으로 이어지며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역사와 전통은 움직이는 자의 몫이다

 

“열 그루 나무에 3천650개의 ‘문화의 등불’을 달고 미래의 나무에 소망을 키우면서 수많은 다양한 사람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연금을 쏟아가며 어렵게 운영하는 나에게 크루즈여행이나 하며 편히 살지 왜 고생하느냐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새의 노래처럼 연이어 들렸지요.” 그때마다 권 관장은 미소를 담아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생존보다 존재하고 싶기에.” 이미 정해진 길이라면 헤쳐 나가야 하고 상황을 승화시키며 극복하는 힘을 길러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아내를 위해 선물을 주고 떠난 남편을 향한 의리와 사랑이라 말한다.

 

개관 11주년을 맞이한 안젤리미술관의 설립자 권 관장에게 예술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예술의 가치가 ‘미(美)의 역할’을 넘어 ‘선(善)의 역할’까지 아울러야 한다고 믿고 있다. 미술관의 이름 ‘안젤리(Angeli·이탈리아어로 천사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권 관장은 예술을 통해 인간다움을 추구하며 사회의 치열한 경쟁 대신 안락함과 평안을 제공하는 것을 추구한다. 안젤리미술관은 자연과 예술, 그리고 인간의 삶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가장 따뜻한 미학적 안식처로 조금씩, 그러나 꾸준하게 오늘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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