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성범죄 피해 사실과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발설했더라도 형사 처벌은 어렵다. / AI 생성 이미지
가장 믿었던 친한 동생이 지인과의 1:1 통화에서 나의 성범죄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명예훼손죄로 형사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사생활 침해'를 원인으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상대방의 사과 녹취 등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면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언니는 성범죄 피해자"…믿었던 동생의 배신
성범죄 피해 경험이 있는 A씨는 최근 황망한 사실을 알게 됐다. 가장 친하게 지내던 여동생이 자신의 지인 남성과 1:1 통화를 하면서 A씨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무단으로 발설한 것이다.
동생이 제3자에게 흘린 정보는 ▲A씨가 성범죄 피해자라는 사실 ▲가해자의 구체적인 전과 내용 ▲A씨의 거주 지역 ▲성을 제외한 이름까지,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A씨는 "저는 해당 내용을 제3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에 동의한 적이 없고, 매우 큰 불쾌감과 사생활 침해를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A씨는 동생이 직접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관련 카카오톡 대화도 증거로 확보해 둔 상태다.
형사처벌은 '첩첩산중'…법의 문턱은 왜 높나
A씨는 동생을 형사 고소할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 다수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우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적용이 까다롭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이주헌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의 민감정보 조항은 개인정보처리자(사업자·기관 등)를 수범자로 하므로, 사인 간 1:1 통화에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업무상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이 사적인 대화에서 타인의 정보를 언급한 것만으로는 처벌이 힘들다는 의미다.
명예훼손죄 성립 역시 불투명하다. 명예훼손은 '공연성', 즉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핵심이다. 판례는 1:1 대화라도 대화 상대방이 내용을 퍼뜨릴 '전파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하지만, 법무법인 강남 류재연 변호사는 "실무상 이를 실제 수사기관에서 인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발언 상대방이 친한 사이일 경우 비밀이 지켜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 공연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사소송이 현실적 해법"…사과 녹취가 '결정적 증거'
형사 처벌의 벽은 높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을 통한 피해 회복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전문가들은 A씨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하영우 변호사는 "특히 성범죄 피해 사실과 지역·이름 일부까지 함께 언급된 부분은 질문자님 입장에서 상당한 정신적 침해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인격권 및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민법 제750조)에 해당한다. 동의 없이 민감한 사생활을 폭로한 행위 자체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씨가 확보한 증거는 소송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류재연 변호사는 "상대방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녹취록과 카카오톡 대화는 불법행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쉴드 이승현 변호사는 "현실적 대응으로는 재유포 금지와 명확한 사과를 우선 요구하고, 필요 시 민사 청구를 준비하며, 전파 정황이 드러나면 형사 부분도 병행 검토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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