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으로 과일 선물 세트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정작 상품 페이지에 적힌 크기·당도·등급 정보는 기준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 쇼핑몰 4개사에서 판매 중인 과일 선물 세트 240개 상품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상품이 소비자가 실제로 확인하거나 비교하기 어려운 모호한 표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조사는 사과·배·한라봉 세트 각 80개씩 총 240개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상품 페이지에 표시된 크기·중량·당도·등급·원산지 등의 정보가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적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조사 결과는 온라인 과일 시장에서 소비자가 품질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온라인 과일 불만이 3년 새 매년 60% 이상 늘어난 배경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온라인 구매 과일 관련 상담 건수는 총 4,556건이었다. 상담 건수는 해마다 60% 이상 늘었다. 불만이 누적되는 수준을 넘어 증가 속도까지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불만 유형별로는 ‘품질’ 관련 상담이 2342건으로 전체의 51.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상품 품질이나 신선도에 문제가 있었거나, 받아본 과일의 맛이 기대와 달라 실망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어 청약철회 604건 13.3%, 계약불이행 580건 12.7% 순이었다.
온라인 구매에서는 소비자가 과일을 직접 보거나 만져볼 수 없다. 화면에 올라온 사진과 설명이 구매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만큼 상품 정보가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크기, 당도, 등급 등을 표시하는 기준이 업체마다 달랐다. 소비자가 상품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공통 기준도 부족했다.
크기도 당도도 등급도, 기준 없이 업체가 임의로 표현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 240개 상품 중 46개, 19.2%는 낱개 과일 크기를 ‘특대과’, ‘중대과’ 등으로 표시하면서도 실제 크기나 중량은 적지 않았다. 소비자는 ‘특대과’가 어느 정도 무게인지, ‘중대과’가 어떤 크기 범위에 해당하는지 알기 어려운 채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
당도 표시도 비슷했다. 전체의 45.0%인 108개 상품은 ‘고당도’, ‘당도 선별’ 등의 표현을 사용했지만, 선별 기준이 되는 당도 수치인 브릭스(Brix) 값은 적지 않았다. 같은 ‘고당도’라도 업체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어떤 업체는 12Brix를 고당도로 표시하고, 다른 업체는 14Brix 이상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지만 소비자는 상품 페이지에서 이런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품질 등급 표기에서도 문제가 확인됐다. 농산물 표준규격에서 쓰는 공식 품질 등급명은 ‘특’, ‘상’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이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특상품’, ‘최상품’ 같은 표현을 쓰면서 구체적인 등급 기준은 함께 적지 않았다. 소비자는 이런 표현이 공식 등급인지, 업체가 자체적으로 붙인 이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원산지 표기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일부 상품은 ‘국내산’이라고만 적고 구체적인 지역명은 표시하지 않은 채 ‘유명산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유명산지’가 어느 지역을 뜻하는지, 어떤 근거로 그렇게 부르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같은 '대과' 세트인데 낱개 무게가 최대 1.7배 차이 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조사 과정에서 크기를 ‘대과’로 표시한 사과 세트 4개를 직접 구매했다. 이후 낱개 과일 58개의 중량을 모두 측정했다.
그 결과 가장 가벼운 사과는 216g, 가장 무거운 사과는 377g이었다. 최대 약 1.7배, 비율로는 74.5%의 무게 차이가 난 셈이다. 같은 ‘대과’로 표시된 상품인데도 실제 구성품 사이의 중량 차이가 컸다.
한 세트 안에서도 과일별 중량 차이는 적지 않았다. 같은 박스에 담긴 과일인데도 중량 차이가 최대 18.3%, 무게로는 58g까지 벌어졌다. 이 정도 차이라면 ‘선별’이라는 표현이 어떤 기준으로 쓰였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보통 크기와 무게가 고르게 맞춰진 과일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선물 세트를 구매한다. 하지만 실제 조사에서는 같은 세트 안에서도 과일 간 중량 차이가 확인됐다.
가격 차이 최대 4.7배인데 품질 정보는 불충분, 비교 자체가 불가능
조사 대상 과일 세트는 가격 차이도 컸다. 같은 5kg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사과 세트는 최저가와 최고가 차이가 최소 3.9배였다. 배 세트는 최대 4.7배까지 벌어졌다.
가격대별로는 사과 세트의 경우 5만 원 이상 10만 원 미만 상품이 57개로 전체의 71.2%를 차지했다. 배 세트는 3만 원 이상 5만 원 미만 상품이 51개, 한라봉 세트는 같은 가격대 상품이 53개로 각각 63.7%, 66.2%였다.
가격 차이가 큰 만큼 소비자는 어떤 상품이 왜 더 비싼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상품 페이지에 적힌 품질 정보가 구체적인 기준 없이 모호한 표현에 그친다면 가격 차이를 판단하기 어렵다.
한국소비자원이 사업자에게 개선 요청, 소비자에게는 확인 당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에게 과일 규격과 품질 정보를 더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표시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낱개 과일의 크기와 중량, 당도 선별 기준이 되는 Brix 수치, 공식 등급 여부, 자체 등급을 쓸 경우 그 기준, 원산지 지역명 등을 상품 페이지에 명확히 적어야 한다는 취지다.
업체가 임의로 붙인 표현만으로는 소비자가 상품을 비교하기 어렵다. ‘대과’, ‘고당도’, ‘특상품’, ‘유명산지’ 같은 표현을 쓰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치와 기준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소비자원은 소비자에게도 온라인으로 과일을 살 때 품질 표시사항을 꼼꼼히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상품 페이지에 크기나 중량 수치가 없거나, 당도 표시가 있어도 구체적인 Brix 값이 없는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등급 표현이 공식 기준인지, 업체가 자체적으로 붙인 이름인지 알기 어려운 상품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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