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화 추락 막아야"…인도, 금·은 수입 관세 2.5배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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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화 추락 막아야"…인도, 금·은 수입 관세 2.5배 인상

이데일리 2026-05-14 15:47: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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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도 정부가 금과 은 수입 관세를 두 배 넘게 끌어올렸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무역적자가 불어나고 자국 통화인 루피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진 데 따른 대응이다. 비필수 수입품의 대표 격인 금·은부터 옥죄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겠다는 의도다. 루피화 약세에 자극받은 가계의 금 사재기를 막으려는 의도도 담겼다.

(사진=AFP)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전날 두 차례 공식 명령을 통해 금·은 수입 관세를 기존 6%에서 약 15%로 2.5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기본 관세 10%에 농업 인프라·개발 부과금 5%를 더한 구조다.

이번 조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10일 국민들에게 연료, 해외여행, 금 구매 등 비필수적 지출을 줄여달라고 호소한 직후에 나왔다. 모두 인도의 수입 청구서를 키우는 핵심 품목들이다.

인도 귀금속·보석상협회(IBJA)의 수렌드라 메흐타 사무총장은 “총리 발언 직후 관세 인상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당장 루피화 추락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세계 최대 금 소비국 중 하나인 인도의 금 수요가 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루피화는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국 달러화 대비 약 5% 절하됐다. 인도 중앙은행(RBI)이 수차례 시장에 개입했지만 현재 달러당 95.5루피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전쟁이 시작된 첫 달에만 RBI 외환보유고가 400억달러 감소했다.

인도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기준 금 수입액은 720억달러로 1년 전보다 약 25% 늘었으며, 같은 기간 은 수입액도 120억달러로 약 150% 급증했다. 이는 무역적자가 950억달러에서 1200억달러로 불어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도 정부의 관세 인상 발표 직후인 전날 국제 금값은 전 거래일보다 0.6% 떨어진 트로이온스당 4685달러를 기록했다. 그동안 인도 수요가 글로벌 금 시장을 떠받쳐온 만큼 이번 조치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금협회(WGC) 집계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글로벌 금 장신구 수요의 약 3분의 1, 금괴·금화 수요의 약 5분의 1을 차지했다.

비엠오(BMO)의 헬렌 아모스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FT에 “이번 관세 인상은 인도가 최근 수년간 글로벌 금 수요 성장을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조치”라며 “금값 회복 경로에 구조적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종목별로도 희비가 갈렸다. 인도 증시에 상장된 금 관련 업체 칼리얀 주얼러스와 탕가마일 주얼러리 주가는 5% 넘게 떨어진 반면, ICICI 프루덴셜과 니폰 인디아 등이 운용하는 금 상장지수펀드(ETF) 주가는 4% 넘게 뛰었다.

이번 조치는 인도 정부의 정책 기조 자체가 1년여 만에 정반대로 돌아섰다는 점에서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4년 7월 인도 정부는 금 밀수입 차단을 명분으로 금 관세를 15%에서 6%로 대폭 낮춘 바 있다. 당시 인하 조치는 인도 내 금 매수 광풍에 불을 붙였고, 이후 국제 금값의 사상 최대 랠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중동 전쟁으로 거시 환경이 급변하면서 정부가 다시 빗장을 채운 셈이다.

이미 인도 가계의 금 보유량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인도 가계의 금 보유 자산 가치를 3조 8000억달러로 추산했다.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육박하는 규모로, 모건스탠리는 보유량을 3만 4000톤 이상으로 추산했다. 골드만삭스는 “금은 가치 저장 수단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안전자산으로서 인도 가계의 필수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관세 인상이 단기적으로 인도 국내 금값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프리스는 보고서에서 “수입 관세 인상은 결국 인도 국내 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인도의 금·은 의존도가 워낙 깊어, 정부의 규제가 단기 가격 인하 압력과 장기 가격 상승 압력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양면성을 띤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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