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구역 주민들이 국가유산청이 법적 근거 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제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국가유산청이 서울시와 종로구의 인허가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며 관련 조치 철회와 함께 유네스코 공문 공개를 요구했다.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는 1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가유산청이 세운4구역에 대해 법률상 의무가 없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제하고 있다"며 "법적 근거 없는 인허가 방해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민대표회의는 세운4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 이미 서울시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변경 고시와 서울시·종로구 통합심의를 거쳐 사업시행계획변경 인가만 남겨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허가가 임박한 시점에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권고를 이유로 세계유산 보호지구 밖인 세운4구역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강제하고 있다"며 "이는 서울시장과 종로구청장의 인허가 자치권을 침해하는 행정 폭주"라고 주장했다.
주민대표회의는 국가유산청의 조치가 헌법상 재산권 보장 원칙과 법치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계유산 보호지구 밖 사업에 대해 평가를 강요하는 것은 세운4구역 주민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국가유산청이 과거 입장과 상반된 행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대표회의에 따르면 당시 문화재청은 2017년 1월 세운지구가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고시했고, 2023년 2월 질의회신을 통해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해 국가유산청과의 협의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주민대표회의는 "주민들은 이러한 유권해석을 신뢰하고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추진해왔지만,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종로구에 배치되는 공문을 수차례 발송하며 사업을 방해해왔다"며 "이는 행정상 신뢰보호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사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도 호소했다. 주민대표회의는 "2004년 시작된 재개발사업이 22년째 착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금융비용을 포함한 누적 사업비가 약 8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매월 2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고 주민 약 50명이 착공을 보지 못한 채 사망했다"며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주민들이 심각한 재산 피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국가유산청이 강남 지역 사례와 비교해 형평성 문제를 보이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세계문화유산인 선정릉 인근의 고층 건물 사례를 언급하며 "종묘에서 약 600m 떨어진 세운4구역만 문제 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민대표회의는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권고를 과도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국가유산청과 공동으로 과학적 검증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세운4구역 개발이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비과학적이고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설령 국가유산청의 주장에 일리가 있더라도 현행 세계유산법상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고 협조 요청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대표회의는 그동안 종묘와의 상생을 위해 노력해왔다고도 강조했다. 이들은 △현대상가 철거 비용 부담 △종묘 경관 보호를 위한 앙각 27도 이하 건축물 배치 △전저후고 형태 설계 △매장문화재 보존 협조 △세계적 디자인 회사와의 입면 설계 △개방형 녹지 및 통경축 확보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언급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공문의 원문 공개도 요구했다. 주민대표회의는 "유네스코 공문 내용을 직접 확인해 국가유산청이 이를 확대 해석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주민대표회의는 허민 청장의 자진 사퇴도 촉구했다. 이들은 "세운4구역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며 "법이 강제하지 않는 유산영향평가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대표회의는 "국가유산청이 유산영향평가 요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형사고소와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등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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