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광수를 두고 “예능에서 소비되는 연예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누가 봐도 악랄한, 독기와 악의 끝을 연기하는 그의 얼굴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제는 배역의 얼굴로만 기억되는 배우에 가깝다.
지난달 29일 첫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골드랜드’는 밀수 조직이 빼돌린 1500억 원 규모 금괴를 손에 넣은 평범한 세관원 김희주(박보영)가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욕망 스릴러다.
이광수는 극중 조직 간부 박호철 역을 맡았다. 유명 호텔 카지노 골드랜드 산하 조직 ‘금성’을 관리하는 인물로 일명 ‘박이사’라 불린다. 골드랜드 회장 안규석(최덕문)이 빼돌린 1톤, 시세로 약 1500억 원 상당의 금괴를 희주에게 빼앗긴 뒤 집요하게 추적하는 캐릭터다.
실질적인 악의 중심은 안규석이지만, 가장 잔혹하게 그려지는 인물은 행동대장 박호철이다. 금괴를 되찾기 위해서라면 누군가의 귀를 떼어내고, 목을 조르는 일조차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실행한다. 이광수는 배역을 위해 치아에 금 장식을 더하는 ‘투스젬’까지 시도하며 외적인 변화에도 공을 들였다. 특유의 큰 체격과 날카로운 눈빛, 거친 숨소리까지 더해지며 ‘박이사’라는 인물 자체로 화면을 장악한다.
이광수의 악역 변신이 처음은 아니다. 넷플릭스 ‘악연’에서는 교통사고를 덮기 위해 점차 무너져가는 안경남 역할을, 디즈니플러스 ‘조각도시’에서는 권력과 돈을 거머쥔 백도경을 연기했다. ‘골드랜드’의 박호철은 그중에서도 가장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악이다.
이광수는 “싸움을 잘하는 역할이 처음이다. 액션 장면도 열심히 촬영했다”며 “욕망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렇게 묵직한 욕망은 처음이다. 이전과는 다른 욕망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이광수는 1회에서 박호철이 희주를 추격하는 차량 액션 장면 역시 직접 소화했다. 박보영은 “당시 이광수가 실제로 이마로 유리를 깨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은 “박이사가 얼마나 집념 강한 인물인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초반 액션이지만 굉장히 공들여 촬영했다”고 밝혔다.
시청자 반응도 뜨겁다. “이광수가 너무 무서워서 박보영과 친하게 지내는 영상 다시 보러 간다”, “이광수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줄 몰랐다”, “새로운 사악함이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시간 예능에서 친근하고 가벼운 이미지로 대중에 각인됐던 이광수는 이제 그 틀을 완전히 벗어나는 중이다. 웃음을 주던 캐릭터성보다 배역을 위해 몸을 던지고 얼굴을 바꾸는 배우의 열정이 먼저 보인다. ‘골드랜드’는 그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김성훈 감독은 “이광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단순하고 유약해 보이는 면과 악랄한 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배우”라며 “특유의 피지컬과 아전투구식 액션으로 위협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작품 최고의 안타고니스트로서 악랄함의 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황조윤 작가 역시 “이광수가 캐스팅되면서 기존에 보여준 너스레 떠는 악당에서 한 단계 나아가, 무섭고 카리스마 있는 악당의 모습까지 완성됐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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