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89점 속 숨겨진 비밀 해설…신간 '명화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이탈리아 로마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중 가장 유명한 장면인 '아담의 창조'. 수많은 천사에게 둘러싸인 신의 오른손 검지가 아담의 왼손과 맞닿기 직전의 모습이다. 이 장면에서 신과 천사들을 감싸는 둥근 배경의 의미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돼 왔다.
1990년 미국의 의사 프랭크 린 메시버거는 미국의학협회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이 둥근 배경이 뇌의 단면과 해부학적으로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아담의 창조'가 그려진 16세기 초에는 일반적으로 뇌의 정확한 형태를 알기 어려웠지만 미켈란젤로는 여러 차례 직접 사체를 해부하며 인체 구조를 연구했기 때문에 뇌의 모양을 알 수 있었다.
뉴욕시립대학교와 보스턴칼리지에서 영문학 교수로 일했던 윌리엄 케인과 미술사가 안나 가브리엘르는 신간 '명화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더퀘스트)에서 미켈란젤로가 인간의 뇌 속에 신을 그린 것은 창조의 원천이 인간의 지성이란 의미를 숨겨 놓은 것이라고 해석한다.
신만이 창조의 힘을 지닌 존재라는 교리에 어긋나는 위험한 생각이었지만 미켈란젤로는 예배당 그림에 이를 숨겨 놓았다.
책은 두 저자가 30여 년 연구를 바탕으로 시대별 핵심 화가 22인과 걸작 89점을 통해 명화 속 숨겨진 비밀을 해설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도 여러 비밀이 숨겨져 있다.
모나리자의 가장 큰 특징은 신비로운 미소다. 사람들은 모나리자 그림을 보면 여인이 웃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입을 똑바로 보면 미소가 그리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이는 사람의 시야 때문이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사람의 눈이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각도는 좌우로 135도지만 정확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각도는 정중앙의 단 1도에 불과하다. 이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이미지는 흐려진다.
다빈치는 입가의 윤곽을 흐릿하게 처리해 입이 아닌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추면 오히려 미소가 보이고, 입에 시선을 맞추면 미소가 사라지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라파엘로가 교황 율리오 2세의 응접실 벽에 그린 그림 '아테네 학당'의 숨은 인물 찾기도 재미있는 요소다.
4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하는 이 벽화에서 계단 중앙에 붉은 옷을 걸치고 책을 손에 든 사람은 플라톤이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모습은 그의 철학이 이상주의적, 영적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플라톤의 얼굴은 라파엘로가 자신의 우상인 다빈치를 모델로 했다.
플라톤 오른편의 인물은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손바닥을 땅바닥으로 향하고 있다. 현실과 이성을 중요시하는 논리 철학을 상징한다.
그림 맨 오른쪽 구석에 검은 베레모를 쓰고 정면을 바라보는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화가 아펠레스다. 라파엘로는 아펠레스를 그리면서 얼굴은 자기 얼굴로 대체했다.
책은 "자기 영화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민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처럼 창작자의 '카메오 출연'인 셈"이라고 적었다.
저자들은 여러 명화 속 숨은 이야기를 화가의 출생 연도순으로 작성해 시대적 맥락과 미술사 흐름을 함께 살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경의 옮김. 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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