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위임장'의 배신, 11년 만에 사라진 수십억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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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위임장'의 배신, 11년 만에 사라진 수십억 유산

로톡뉴스 2026-05-14 14:29: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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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사후, 언니를 믿고 백지에 인감 날인한 5남매가 11년 뒤 수십억대 재산이 언니 단독 명의로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됐다. / AI 생성 이미지

어머니의 전 재산을 돌본다던 언니를 믿고 백지에 인감도장을 찍어 준 5남매. 11년 뒤 돌아온 것은 전 재산이 언니 단독 명의로 넘어갔다는 충격적 소식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상속 회복 시효 10년이 지나 구제가 어렵다는 비관론과, 애초에 합의 자체가 없었으므로 등기는 원천 무효라 시효와 무관하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수십억 원대 재산 규모가 공소시효를 되살리는 마지막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믿음이 낳은 11년의 비극, 백지 위임장의 배신

어머니가 돌아가신 건 11년 전. 타지에서 생활하던 네 남매는 어머니와 함께 살던 둘째 언니를 믿고 고인의 간병비와 생활비 전액을 보내왔다.

장례 후, 둘째 언니는 "상속 서류 처리에 필요하다"며 남매들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요구했다. 심지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 A4 용지에도 날인을 받아 갔다.

당연히 법정 상속분대로 재산이 정리될 것이라 믿었던 남매들은 11년이 지나서야 부동산 등기부를 떼어보고 경악했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어머니의 모든 부동산이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둘째 언니 단독 명의로 넘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매들은 "그런 협의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언니는 "나도 모르는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10년 시효의 벽'…법조계, 엇갈린 전망

11년이라는 시간은 형제들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족쇄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상속회복청구권'의 10년 제척기간(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해진 기간)을 지적하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이 개시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제척기간). 11년이 경과했으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다른 상속인의 재산을 허위 서류로 빼앗는 행위는 '상속권 침해'에 해당하고, 이를 되돌리는 소송은 침해 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 안에 제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다른 길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가짜 합의'는 시효의 적용을 받지 않는 '원인 무효' 행위라는 주장이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이주헌 변호사는 "분할 내용에 대한 고지 없이 백지 A4에 인감을 날인받아 작성된 협의분할협의서는 의사표시 흠결로 무효입니다. 법원은 이 경우를 상속회복청구권이 아닌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등기말소청구)로 봅니다. 소유권에 기한 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없어, 11년 경과 후에도 청구가 가능합니다"라고 반박했다.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은 '협의'에 기초한 등기는 법적으로 무효이므로, 10년 시효와 상관없이 말소 대상이라는 희망적인 해석이다.

마지막 열쇠 ‘특경법’?…50억 넘으면 15년 시효 부활

민사소송의 높은 문턱 앞에서 형사고소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사문서위조죄(공소시효 7년)나 일반 사기죄(10년)는 이미 시효가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재산 규모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주헌 변호사는 특경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해결의 실마리로 제시했다. 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는 이득액 50억 원 초과 사기에 공소시효 15년을 적용합니다. 100억대 재산이면 해당하므로 아직 고소 가능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만약 상속재산의 총가액이 50억 원을 넘는다면, 공소시효가 15년으로 늘어나 11년이 지난 지금도 둘째 언니를 사기죄로 고소할 실익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강력한 압박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

기나긴 싸움의 시작…‘원본 협의서’ 확보가 관건

어떤 법리를 택하든, 잃어버린 재산을 되찾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소송 기간에 대해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민사상 등기말소청구는 1심 기준으로 통상 1년~2년 정도 소요되며, 항소심까지 진행될 경우 2년~3년 이상 소요될 수 있습니다"라고 내다봤다.

결국 승패는 '진정한 합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에 달려 있다.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둘째 언니를 제외한 모든 형제의 일치된 진술서 ▲내용을 모른 채 백지에 날인했다는 구체적 정황 ▲타지에서 어머니 간병비와 생활비를 지원한 금융거래 내역 ▲법원 문서송부촉탁을 통한 등기 당시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원본 확보 등을 핵심 증거로 꼽았다. 11년간 묻혀 있던 진실을 향한 기나긴 법정 다툼의 막이 이제 막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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