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경진 기자] 온라인 쇼핑몰이 자율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모호한 수식어를 방치하는 사이 이커머스 시장이 정보 비대칭에 기반한 불완전 판매의 근원지로 전락하고 있다.
14일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판매액 상위 4개사(네이버, 쿠팡, G마켓, 11번가)에서 판매하는 과일 선물 세트 240개 상품의 정보제공 실태를 조사했다. 온라인을 통한 과일 등 신선식품의 비대면 거래가 급증, 배송된 상품의 크기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조사 결과 소비자 불만의 절반 이상인 51.4%(2342건)가 ‘품질’ 문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 저하 및 신선도 불량뿐만 아니라, 단순한 맛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주를 이뤘으며 청약철회(13.3%)와 계약불이행(12.7%) 관련 불만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품질 문제는 단순히 신선 식품 부문뿐만이 아닌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 중이다.
가구 품목의 경우 ‘천연 원목’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해 마케팅을 펼치면서도, 실제 제품 소재 정보에는 원목의 종류나 등급에 대한 설명을 누락하는 경우가 대다수로 확인됐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의 상세 페이지를 보면 제품 정보가 한국어가 아닌 중국어로만 기재, 그마저도 추상적인 홍보문구를 나열해 객관적인 수치나 인증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반 소비자로서는 해당 가구가 진제 원목인지 아니면 원목의 질감만 살린 MDF(중밀도 섬유판) 무늬목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의류 품목은 ‘프리미엄 소재’를 앞세우고 있으나, 실제 성분표를 살펴보면 캐시미어나 울 함유량 등 핵심 정보를 구체적으로 표기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생략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상품명에는 고가의 천연 소재를 사용한 것처럼 광고하면서도 정작 소비자가 품질을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제공하지 않는 모습이다.
판매자 중심의 주관적이고 모호한 표현 남용은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제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정보 비대칭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광고와 실체가 일치하지 않는 ‘불완전 판매’를 양산해 시장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위험이 크다.
문제는 온라인 쇼핑몰 내 마케팅 수식어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대다수 오픈마켓 플랫폼은 ‘판매자 자율성’을 명분으로 상품 등록 과정을 방치, 이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모호한 표현들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플랫폼 환경이 소비자의 ‘알 권리’보다 판매자의 ‘팔 권리’를 우선시하며 정보 왜곡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 오픈마켓 업계 내부에서는 중개 사업자로서 판매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품 정보의 진위 확인이나 과장 광고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입점 판매자에게 있으며, 플랫폼은 장소만 제공할 뿐이라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권 관계자는 “마켓 측에서 직접 매입해 관리하는 배송의 경우, 성분 표기 미흡이나 정보 불일치가 발생하면 사유를 불문하고 즉시 직접 환불 절차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판매자가 직접 등록하는 오픈마켓 상품은 원칙적으로 판매자에게 직접 문의해 해결해야 하며, 법적 의무 공시 사항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면 플랫폼 차원의 직접적인 제약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며 우리 삶의 깊숙이 들어왔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할 수 없다는 한계는 여전히 해결이 요원한 숙제다. 정보의 투명성이 플랫폼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부상한 가운데 최근 업계에서는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플랫폼 책임의 범위를 두고 열띤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의 정보 수준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정보가 부실하거나 광고 내용이 실제와 다를 경우, 소비자들은 즉각 구매를 포기할 뿐만 아니라 해당 플랫폼 자체를 외면한다. 정보 비대칭이 개별 판매자의 문제를 넘어 플랫폼 전체의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시장 경쟁력을 낮추는 요소가 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플랫폼의 정보 정확성 연대 책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우려를 표한다. 플랫폼에 판매자와 동일한 수준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사실상 이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수많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는 ‘장터(마켓플레이스)’다. 수백만 개에 달하는 입점 상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수 검증하고 책임지게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천문학적인 관리 비용을 발생시킨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행 법적 테두리를 넘어선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마케팅 수식어에 대한 ‘표시 실증제’ 강화가 대안으로 꼽힌다.
현행 ‘식품표시광고법’은 식품 광고주가 내용을 스스로 실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가구·의류 등 공산품 전반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객관적 수치나 공인 등급 표기를 의무화함으로써 판매자의 안일한 광고 행태에 경고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플랫폼에 무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없애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부가 전국의 모든 음식점 맛과 위생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라는 것만큼이나 현실성 없는 요구”라고 제언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책임을 무작정 확대하기보다, ‘단계적·선별적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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