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결혼식 축의금을 둘러싼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5만원이면 무난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10만원조차 기본 수준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하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주요 예식장의 식대가 1인당 10만원을 훌쩍 넘기기 시작하면서 "밥값도 못 내고 간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최근 발표한 결혼 축의금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축의금 평균 금액은 꾸준히 상승했다.
2023년 평균 11만원 수준이던 축의금은 지난해 11만7000원까지 올라섰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금액은 여전히 5만원이었지만, 실제 흐름은 달라지고 있다. 10만원 이상을 내는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만원 이상 고액 축의금 비중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고물가·체면 문화 겹치며 축의금 기준선 상승
실제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축의금 고민 글이 끊이지 않는다. 한 직장인은 "친한 친구 결혼이라 10만원 냈는데 식사하고 인사하니 괜히 민망했다"며 "요즘 예식장 밥값이 너무 비싸서 최소 15만원은 해야 하나 싶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이용자는 "청첩장 받는 순간 반갑기보다 지출 걱정부터 든다"며 "결혼식 한 번 다녀오면 교통비까지 포함해 하루에 20만원 가까이 깨진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는 급등한 예식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강남권 호텔 예식장의 경우 식대가 1인당 15만~2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고, 유명 웨딩홀 역시 10만원 안팎의 식대를 책정하는 사례가 많다. 여기에 꽃 장식과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대관 비용까지 오르면서 신혼부부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예식장에서는 최소 보증 인원까지 요구하면서 결혼 비용이 수억원대로 불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신랑·신부 입장에서는 '하객 수 대비 식대 부담'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하객들 역시 이를 의식해 축의금을 더 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젠 밥 안 먹고 가야 마음 편하다", "차라리 모바일 청첩장이 덜 부담된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30세대의 부담은 더 크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만큼 한 해 수차례 결혼식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분석에서도 20·30세대 평균 축의금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취업난과 고물가, 대출 부담 속에서 축의금 지출까지 늘어나자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결혼식 시즌이 무섭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축의금 문화가 점차 ‘관계의 척도’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과거에는 참석 자체에 의미를 뒀다면, 이제는 액수에 따라 인간관계가 평가받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한 소비트렌드 전문가는 "식대 상승과 체면 문화가 맞물리면서 축의금 기준선 자체가 올라가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과도한 부담을 줄이는 사회적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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