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 고시 제4조 제3항을 보자. 최고가격을 조정할 때 그 변동폭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평균 변동률에 맞춰 산정하도록 했다. 가격을 누르는 기준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통제 때문에 생긴 손실을 메울 때도 같은 기준을 써야 한다. 가격을 통제할 때와 보전할 때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면, 정책의 일관성에 흠결이 생긴다.
정유사가 입은 손실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원가보다 싸게 팔아 본 손해’가 아니다. 평시였다면 수출하거나 시장가격으로 팔 수 있었을 물량을 통제가격으로 넘긴 데서 오는 손해, 즉 포기한 기회의 값이다. 같은 고시 제8조는 휘발유·경유·등유의 월별 수출량을 전년 같은 달의 100% 이내로 묶어두었다. 수출 제한이 없었다면 해외로 나갔을 잉여 물량이 국내 통제가격으로 강제 전환되는 구조다. 이러한 손실의 크기는 회계상 원가보다 시장가격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이 그 실체에 부합한다.
원가 기준은 형평성 문제도 야기한다. 정유사별로 원유 구매 시점과 계약방식이 상이해 회계상 원가는 기업마다 편차를 보인다. 그런데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재고관리에서 효율성을 발휘한 기업이 오히려 손실보전에서 불리해지는 왜곡이 생길 수 있다.
비상시 가격규제는 ‘통제에 따르되, 이후 합당한 보전이 따른다’는 기업의 신뢰가 뒷받침될 때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보전 기준이 사전 기대와 달리 변경되면, 다음 위기에서 같은 정책 수단의 수용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보전기준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일은 특정 산업에 대한 우대의 문제가 아니다. 외부 충격은 반복될 수 있으며, 그때마다 동원되는 정책 수단은 일관된 논리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정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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