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사후조정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총파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경제계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오른쪽 사진)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왼쪽 사진)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각각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후조정에서도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지역 경제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13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이틀간 삼성전자 노사의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조정이 결렬됐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최소 5만 명 이상이 총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회사 측은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파업이 종료될 때까지 회사와의 추가 대화는 고려하지 않겠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지역 경제계는 노조의 요구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반응이다. 특히 반도체 업계 호황에 따른 일시적인 성과를 성급하게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최근 AI 산업이 팽창하며 반도체 업황이 좋아져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사이클이 있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호황은 영원할 수는 없다"며 "업황이 좋을 때의 성과를 제도화할 경우 향후 불황기에 회사에 리스크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노력을 일부분 인정하지만, 회사의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성과이기도 하다"며 "억대 연봉에 성과급까지 더 챙기려고 파업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귀족노조의 행태"라고 꼬집었다.
경제계는 총파업 자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국가 핵심 산업을 기업인 만큼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사가 한 발씩 물러서야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삼성전자는 단순한 기업을 넘어 국가적 지원 속에서 성장한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자 사실상 기간산업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양측 모두 조금씩 양보해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파업에 5만 명 이상이 동참하면, 하루 수조 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면서 "이럴 경우 반도체 공급망 차질과 미국 빅테크 기업 등 주요 고객사들의 이탈로 국가 경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반도체 쏠림 현상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도 감지되고 있다. 지역 건설·제조업 상당수가 경기 침체와 발주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갈등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시각이다.
지역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민간공사 발주는 말할 것도 없고, 관급공사도 크게 줄어 지역 제조업과 건설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균형 발전이 절실한 상황에서 반도체 업종만의 잔치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카드로 꺼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따라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 시 즉시 쟁의행위가 중지되며, 30일간 파업 재개가 제한된다. 다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다, 헌법상 노동3권 보장과 노동계 반발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실제 발동될지는 미지수다.
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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